그렇게 사소하게

튀김 한 접시의 행복

by 레몬트리



사소하게 행복할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다.

우리의 삶을 향해,


일산에 나만의 스타, 유명한(?) 튀김아저씨가 계시다.

버젓한 점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정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푸드트럭 한 대로 이 동네 저 동네 이동하시면서

새우튀김과 오징어튀김을 즉석으로 만들어 파시는 분.

당일 재료가 소진되면 바로 영업종료되는 곳.


먹고 싶다고 언제든 가서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점포도 없으니, 매일 어디 계실지 모르고,

또 늦장을 부리다 늦게 가면 재료소진으로 헛걸음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갑자기 아저씨 튀김이 생각나 땐

썸 타는 남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은 어디 계신지, 몇 시에 가면 되는지

문자로 여쭤보곤 한다.


며칠 전엔 날이 흐리려고 했는지, 마음이 흐려서였는지

튀김 생각이 간절했는데,

낮부터 보낸 문자에 퇴근시간이 다되도록 답이 없으시다.

못 나오셨나, 무슨 일 있으신가 걱정하다가

퇴근길에 대략적인 스케줄을 알고 있으니 느낌대로 혹시? 하고 찾아갔다.

와!! 빙고! 나왔다!!! 계신다!

저만치부터 고소한 튀김냄새와 지글지글 기름소리

아저씨는 오늘도 연신 바로바로 튀김을 튀겨내느라 더워지는 날씨에 땀이 송골송골.


튀김 사장님께 질척대는 아주머니, 네 접니다 ^^*




"사장님 문자 답이 없으셔서 안 나오신 줄 알았어요. 그래도 들러볼까 하고 나왔는데 계셔서 너무 좋아요"라고 했더니 "어휴 바빠서 문자 확인을 못했어요. 장소가 다른 곳이었음 헛걸음했을 텐데 와주셔서 제가 고맙습니다"라며 아저씨께서 너무 좋아하신다.

너무 생각나서 왔다고 하니,

워낙 싸게 파셔서 남는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소문내지 말라며 튀김을 서비스로 무려! 4개나 더 넣어주셨다.



집에 와서 아이간식과 내가 먹을 것을 나눠서 몇 가지 야채와 함께 접시에 예쁘게 담아내고,

아직 귀가 전인 아이에게 간식 사진을 보내면서,

배* 후기 같은 것도 쓸 수 없는 아저씨의 푸드트럭을 응원하고 싶기도 하고, 오늘따라 서비스를 후하게 주신 아저씨께도 잘 먹겠다는 인사를 해야겠다 싶어서 접시에 담은 튀김 사진을 보내드렸다.

사진이 너무 맘에 든다며 자랑해야겠다는 아저씨 답장에서 신나고 기분 좋은 마음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아닌 이토록 사소한 것에 기뻐하시는 사장님도, 그 말에 뿌듯해지는 나의 마음도,

아, 행복이란 이런 거지!, 사소하지만 너무 소중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튀김아저씨.jpg 아저씨의 어깨에 뽕을 넣어드리고 싶었음 ^^



튀김아저씨를 기다리게 된 건

맛도 맛이지만, 에어컨도 안 나오는 좁디좁은 푸드트럭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을 지키기 위해 항상 즉석으로 튀겨내는 아저씨의 정성과 성실한 모습이 늘 마음 한편을 뭉클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늘 재료소진, 완판 하시므로 이 감정은 결코 가당치도 않은 측은함이나 동정심이 아니라,

아저씨의 한결같은 책임감과 삶을 향한 태도에 대한 응원과 존경심.



나는 오늘 아저씨의 튀김으로 울적했던 하루를 톡 쏘는 콜라와 함께 날려 보냈고,

아기새는 엄마가 예쁘게 담아 준비해 준 간식접시를 보며 시험준비의 피곤을 날려 보냈고,

튀김아저씨는 종이봉투에 담아준 튀김이 온기가 채 식지 않은 정성스럽고 행복한 식사가 된 사진을 보며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날려 보냈으리라.

이토록 사소한 것으로 이토록 자잘한 행복을 나누며 사는, 삶이란 그런 것.


행복은 누가 일방적으로 만들어주거나, 대단히 거창한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어른이 되면서 더 절실히 깨닫게 된다.


사소한 행복을 누군가에게 선물 받는 감동도,

사소한 행복을 누군가에게 만들어주는 기쁨도,

사소한 행복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시간도

사소해서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 사소해서 더 빛나고 아름답다.

사소해서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사소해서 더 애틋하고 소중하다.

마치

하늘에 떠있는 커다란 태양보다

물 위에 조각조각 잘게 잘게 부서져 만들어낸 윤슬이 더 빛나고 찬란한 것처럼


삶도, 사랑도,

사소하게 행복하고, 사소하게 사랑할 것.

사소한 행복을 모아, 사소하지 않게 삶을 채워나갈 것.




어쩐지,

그날은 사소한 것이 더욱 그립고, 서운하고, 소중하고, 애틋했는데

어쩌다,

오늘의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꽉 움켜잡은 나 자신 기특하고 칭찬해.

어쩌면,

내일은 똑같은 하루, 반복된 일상 구석 어디쯤에서

그렇게나 사소하지만,

이렇게나 사소하지 않을 진짜 행복을 찾아내서 너에게도 건넬게







덧)
헤헷, 저녁을 늘 간단히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튀김아저씨가 생각나는 날엔 치팅데이죠? ^^
오늘,
사소한 행복 찾아내는 하루 보내시길,
사소한 행복 나누는 하루 보내시길, 모두를 응원해요!!

덧)
연재일 못 지키고 올리는 글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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