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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의 러브레터
너의 이름은
담백하게 친절하게
by
레몬트리
Oct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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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ft
담백하게 친절하게)
고슴도치, 선인장,,,,
아무리 가까이하고 싶어도 껴안을 수 없는 적당한 거리를 띄워야 하는 존재
나에게 조이는 그런 존재.
조이는 손에 잡힐 듯하지만 잡을 수 없었던
잡으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비눗방울 같던, 그런 찰나를 함께한 인연.
하지만 잊을 수 없고 잊고 싶지 않은 인연.
산을 좋아했던 그와
함께 오르고 싶어서 등산을 잘하고 싶어 졌었고,
그가 산에서 전해주었던 그 감정을 나도 느껴보고,
나도 언젠가 전해주고 싶어서 산에 오르길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 산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나중에 아주 아주 나중에 산에 함께 오르게 되면 사실은 나는 당신 대신 이 아이(조이)와 함께
당신과 함께 오르는 것처럼
당신이 전해준 노래를 들으며 산을 올랐노라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래서 산 인형, 조이(Joy)
내 등산가방에 걸었는데 마침 등산가방에 Joy라고 적혀있어 그냥 이름을 지어줬지만,
사실 이 아이의 이름은
나만 아는 이 아이의 이름은 따로 있는데 참 비슷하네 ^^
몇 번의 산을 오르며
그를 잊어보려 했지만,
그가 더 선명해지고,
그를 미워하고 싶었지만, 그가 했던 고백이 더 생생했으며,
그를 버리고 내려오고 싶었지만, 다시 그리워서 그가 알려준 곳을 다시 올랐다.
숨이 가빠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길 바랐지만
별로 높지 않은 산이어서인지,
내 마음이 더 절절해서였는지,
흐렸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또렷해져서, 다음엔 좀 더 험한 산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었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걸 인정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아직도 잘 오르겠다.
하지만, 그를 배려하는 것이 "담백하고, 친절하게"
그어 놓은 선을 지키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노라 다짐을 했다.
오늘 조이와 한잔했다.
마음에 담아놓고 하지 못한 말, 앞으로 하지도 못할 말을 한 모금 함께 삼켰고,
조이에게 내 이름을 불러달라 억지 아닌 억지를 써보며, 또 한 모금 삼켰고,
펴보지도 못한 설렘이 억울하고 짠해서 눈물로 한 모금 삼켰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잘 사는 법은 별게 없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담백하고 친절하게" 살 것
상대방이 좀 더 편할 수 있게 내가 조금 더 배려하고,
상대방이 싫어할 것 같은 건 조금 미리 피하고,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나는 조이의 베스트프랜드가 되기로 했다.
그런데 조이의 진짜 이름은.... 베스트프렌드인 나만 아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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