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의 문제
어느 날 퇴근길. (아마 차를 회사에 두고 온 날이었겠지)
지하철에서 본 발 빠짐 주의 문구,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딱 발하나를 겨우 넘는 간격일 뿐인데,
방심하는 사이에 푹! 빠져버리게 된다는
무. 서. 운. 한 줄의 경고문.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간격도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가
방심하는 사이에 둘 사이를
견우와 직녀사이만큼 거리를 두게 할 수도 있단 사실.
아주 작은 틈도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문.
시간에 맞춰 서두르다 보면
지하철 문이 닫힐 듯 말 듯 하는 경우를 흔하게 경험한다.
우물쭈물하다 놓쳐버리는 그런 경험.
그럴 때, 나와는 너무 다르게
용기 있게 달려 들어와 무사히 안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마조마한 내 시선으로 볼 땐
그 사람들의 용기가 마냥 신기하고 대단해 보이네.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열차를 놓치고 나서.
아 조금만 용기 내서, 조금만 달려서 그 열차 놓치지 말고 탈걸.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나는
매번 후회를 하면서도
그다음에 또 머뭇거리는 소심한 나를 돌아보게 된다. ㅎㅎ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비단 연인이 아니더라도,
고백할 타이밍을 놓치고,
사과할 타이밍을 놓치고,
표현할 타이밍을 놓치는.
우물쭈물하다 놓쳐버린다는 것.
머뭇머뭇거리다가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
와. 저렇게 노선도를 보니 우리 집도 참 멀지만.
서울 경기 참 넓기도 하다.
마음을 시리게 하는 역도 보이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역도 보인다.
역 이름이 불릴 때마다.
사연이, 추억이, 사람이, 마음이
이미지로, 장면으로, 향기로, 목소리로 기억되곤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아니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만. )
내가 가야 할 길은 저 엉킨 실타래 같은 노선들 속에
한눈에 보인다는 것.
내 인생도, 인연도,
얽히고 복잡함 속에서 가야 할 길, 찾아야 할 방향, 만나야 할 인연이
반짝반짝 한눈에 보여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다음 목적지까지 단계단계 차근차근 잘 찾아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