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겨지는 특별한 기억
ft 마음에 새겨지는 특별한 기억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 지나간 건가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다와 가는 집 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번 연락해 볼까 용기 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야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 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
유명 드라마에도 나왔었던 장범준의 노래
누구나 살면서 어떤 노래나 장소, 음식이 특별한 기억으로 추억으로 간직되는 경험이 있다.
행복했던 기억으로, 또는 아팠던 감정을 떠올리게 해서, 또는 함께했던 순간에 함께 경험했던 추억으로
나는 이 노래가 특별히 낭만적인 기억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지금은 비록 남이 되었지만, 이혼을 하고 만났던 분이 있었는데
그때 아기새가 어려서 참 많은 배려를 받았었다.
그는 퇴근 무렵 회사 근처에서 나를 항상 기다렸다가
함께 저녁을 먹고 차 한잔씩 테이크아웃해서 드라이브 겸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데려다주었는데
그렇게 집 근처에 오면 집에선 이모님이 아기새 저녁을 먹이고, 태권도 수업에 데려다주고,
나는 아파트 상가 앞에 내려 아이 수업이 끝나는 걸 보고, 손잡고 나란히 집으로 가곤 했다.
그러면 그가 날 내려준 그곳에서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당시에 유행하던, 또 우리가 즐겨보고 있던 드라마의 주제곡이었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를 창문을 살짝 내리고 노랫소리가 밖으로 들리게 틀어주며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서 우리가 가는 길을 비춰주면서
나와 아이의 걸음 속도에 맞춰
저 뒤에서부터 천천히 따라와서 아파트 현관 앞에서 우리가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내가 슬쩍 뒤돌아 손을 흔들면, 티 나지 않게 눈인사를 해주고 그렇게 아쉬운 안녕을 했었다.
꽤 자주 그런 일이 있으니,
아기새가 어느 날은 "엄마 저 아저씨는 오늘도 저 노래를 틀었어. 저 노래 진짜 좋아하나 봐" 하고 이야기해서
아기새와 둘이 엄청 웃기도 하고, 그 이야길 그에게 해주면 그도 수화기 너머로 행복이 번지는 웃음소리를 들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해 비추던 헤드라이트의 따뜻한 불빛과
장범준의 어여쁜 고백이 담긴 노랫말과 달콤한 멜로디가
여름밤 새로 사랑을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을 충분히 설레고 특별하게 해 주었었지,
사랑이 끝나고, 인연이 끝났어도,
나는 그것이 낭만이었고, 특별한 기억이자 추억이었음을
가슴속에 새겨진, 각인된, 행복이었음을 부정하지 않고,
이 노래가 어디선가 흘러나와 들릴 때면,
그런 기억을 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참 마음 열기 어려운 시절에,
참 사랑하기 여의치 않은 시절에
고운 마음으로 배려해 주고, 조심스럽게 시작했었던 그 시절의 우리였었구나 하고,
사랑이 끝나고 이별을 했다고 해서
모든 기억을 부정하고 미워할 필요가 없다.
나의 빛나는 시절, 행복한 기억 속 순간순간에 함께 해주었던 이 아닌가.
인연이 끝났을 뿐,
추억은 추억대로 아름답게 간직하는 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예의이자,
사랑에 진심이었던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https://youtu.be/FJ_YpJMdMuU?si=3Al0ripeRtdjTT2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