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답게, 너답게

함께 나란히

by 레몬트리

독서모임에서 좋아하는 언니께서

알라딘의 좋은 시 구절을 가끔 올려주시는데

지난 새벽 올려주신 시가

눈을 뜨자마자 너무 가슴에 팍! 와닿아서

보면서 최근에 마음에 울림을 주었던 시도 덧글로 달아두고,


아침에 출근해서

이 시가 혹시 부분일까. 전체 시를 읽어보고 싶다 해서 찾아봤는데

부분으로 읽었을 땐 낭만적이기만 했던 시가

전체로 읽어보니 너무 슬픈 시였다.


새벽에 읽은 시 (부분)

%EC%9D%B4%EB%AF%B8%EC%A7%80_2.jpg?type=w1600




전체 시




아, 처음 세줄만 읽었을 땐

사랑하는 이를 꽃이라 하고, 나는 그의 꽃병이 되어준다는 게 너무 낭만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의 전체를 읽어보니

사랑이란 이름으로 구속하고, 가두고, 내 틀에 맞추려고 하는 순간

화사했던 꽃은 시들고, 빛나던 별은 지게되는 슬픈 이야기.

함께 꽃밭이 되고, 함께 별자리가 되어주었어야 한다는 후회와 안타까움의 마음


그래, 사랑은

상대가 가장 그답게 빛날 수 있게 지켜봐 주고, 그 모습을 보며 내가 행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


나의 기준(틀)에 맞춰주지 않는다고 불안해하고, 불평하고, 바뀔 것을 강요하면서,

결국 상대는 정작 내가 가장 사랑했던 모습을 잃어가게 되고, 둘의 찬란했던 빛은 희미해져 버린다.

철없던 시절이 그러했고, 성숙하지 못한 내가 그러했고, 이기적인 우리가 그래놓고

지나고나서야 한숨 쉬고, 눈물지었겠지.

(또는 더 못난 이는 상대를 원망하거나 탓하겠지)





그래서 예전에

나이가 들면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생각하고 꽁꽁 아껴두었던 시가 있었지.




나석중 시 "부부"


나는 이제 돌이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당신은 나무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무가 되어 붙박이 삶을 살 것이냐 하니
돌이 되어 정처 없이 굴러다닐 것이냐 한다


내가 돌이 되어 거듭나서 수석이 된다면
자기는 제 몸 깎아 내 좌대가 되겠다고 한다








각자의 삶을 사는 것 같고,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없어선 안될 가장 필요한 존재로,

가장 가까운 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그런 존재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사이.


함께, 나란히, 그저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우리는 우리답게. 그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

내가 바라는 우리의 모습



나를 나답게 바라봐주며 흐뭇하게 웃어줄 수 있는 사람

너를 너답게 바라보아도 내가 인내하고 그저 응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우리라면, 그 언제라도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