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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자

by 레몬트리

판 도 라 의 상 자




판도라는 신들에게 아름다운 외모와 재주.매력을

선물로 받아 만들어진 '최초의 여자'이고

그중 호기심도 타고났는데.



판도라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금기된 항아리를 열어보면서

항아리에 들어있던

인간세계의 부정적인 모든 것들을 세상에

퍼뜨렸다(고 한다)



그 항아리 맨 아래에는 희망이란 것도 들어있었는데

그건 항아리에서 못 나왔다고.


희망은 왜 세상 모든 부정적인 것이 다 담긴

그 항아리에 같이 봉인되어 있었을까.


해석이 분분하지만

아마도

자칫 부질없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인간을 힘들고 괴롭게 하는 것인지 알기에

인간세상의 모든 재앙 등 부정적인 것들과 함께 가두어둔 것 아닐까.



하지만 끝까지 나가지 않고 항아리에 남아

판도라가 희망만이 남은 항아리를 들고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설 때를 보면.

결국은 또다시 희망만이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구나 싶기도 하다.



금기된 항아리를 열어 본 판도라는 호기심을 자제하지 못한 경솔한 이었나,

진실을 마주한 용기 있는 이었나.



나는 그녀가 용기 있는 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해 한해 살아보니

애써 외면하고 싶은.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나 사실을 용기 있게 정면에서 대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마음속 갈등을 만들어내는지 알기에

하지만 결국 모른척하고 외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기에

예전엔 판도라의 경솔함을 꾸짖었다면

지금의 나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진실과 대면한 판도라의 용기를 인정한다.



전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어린아이가 있었고. 지금껏 유지해 온 평온한 가정이 흔들리는 게 두렵고 싫어서

나하나 모른 척 참으면 될까를 고민했던 순간도 있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어보기가 두려웠던

그 당시의 현실과 대면하고 정면 돌파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온갖 재앙과 부정적인 것이 담긴 그 항아리를 열어보지 않고

안고, 지고, 참고,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항아리의 바닥까지 비우고 호기심이나 불안함을 가질 필요 없이 진실과 씩씩하게 대면하고 살게 된 지금이

훨씬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비단 이혼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판도라의 상자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어떤 이는 열어보지 않는 것이 지혜롭다고도 하겠지만

나는 피하지 않고 열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하는 상대는 결국 과거의 누적으로 이루어졌고.

좋은 면뿐만 아니라 항아리에 숨기고픈 부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을터.


한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건.

그 과거 또는 부정적인 면도 그 사람의 일부라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는 것.

하나 결코 쉽지는 않은 것임을 알고 있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하지만 피하고 싶진 않다.

진실 앞에 마주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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