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적응하기까지의 기록-
나보다 열 살 어린 사수는 일을 참 잘했다. 깔끔하고 명확하게 한달까? 배울 점이 많았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크게 어려워하지도 않았고, 자신보다 잘 모른다고 무시하지도 않았다. 꾸준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MZ 직원들의 악명을 들었기에 마음 졸이며 출근했는데 너무 좋은 사수를 만나 감사했다.
원장님도 나이스하시고, 데스크 직원도 똑 부러지고, 사수는 말할 것도 없고 최고의 조합이었다. 이 사실을 내 친구들에게 전하자 한 친구는 이렇게 톡을 보내왔다.
[올해 운 다 말에 몰빵 했네~~~ 잘됐다!!]
[자리 나면 귀띔 좀 ㅋㅋㅋ]
일을 쉰 지 가장 오래된 나는 다른 친구들이 새로운 직장을 구해 들어갈 때마다 마음고생을 좀 했었는데 그걸 한방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나의 직장생활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바로 내 실력 때문이었다.
그래도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사수가 내게 진료 순서에 대해 설명해 주면 예전에 했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그래서 머리로는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었다. 문제는 몸이었다. 분명 예전에는 능숙하게 했던 일들이 예전처럼 되지 않았다.
아주 작은 예로 석션(구강 안의 침을 빨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회용 석션팁을 쓸 땐 괜찮은데 메탈 석션팁을 쓸 땐 흡입력이 너무 세 자꾸 환자 구강안의 살점을 빨아들이곤 했다.
리트랙션을 할 때는 손에 힘이 들어가 덜덜 떨려, 꼭 수전증 있는 사람처럼 민망할 정도였다. 손끝이 말을 듣지 않아 마음이 더 초조해졌다.
"긴장하지 마세요. 손이 왜 이렇게 덜덜 떨리노. 편하게 해요. 편하게."
나도 편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예전엔 능숙하게 했던 간단한 일들도 어색해 어리바리하게 하니 그런 내 모습에 당황스러워 더 긴장하고 실수가 생겼다.
거기다 내가 일을 시작한 날 17살짜리 실습생도 함께 실습을 시작했는데 그 어린 친구가 보고 있는데서도 그렇게 손을 떠니 너무 부끄러웠다. 쥐구멍이 있다면 거기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주위 사람을 의식하고 잘하려고 할수록 내 손은 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초보가 되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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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기억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들이 있더라고요.
여러분도 다시 초보가 된 순간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