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근하기까지의 기록-
원장님이 아닌 다른 직원들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다. 제발 좋은 사람들이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볼을 스쳤다. 차갑기는커녕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졌다. 치과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빵긋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 출근하시기로 한 분이죠?"
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상냥하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또 다른 한 명의 직원이 안에서 나와 내게 인사를 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딱 봐도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직원은 내게 유니폼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약간은 새침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에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일단 아침에 오면 할 일부터 알려드릴게요."
내가 옷을 갈아입자 출근 후 환자분들이 오기 전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듣다 보니 예전에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다행히 크게 어려운 일은 없었다.
'막내처럼 일하자!'
내가 다시 치과에서 일하기로 결정하면서 결심했다. 나이 같은 거 상관하지 말고 막내라고 생각하고 빡세게 익히자고 다짐했다.
분명 다시 취업하면 나보다 어린 직원들이 있을 텐데 그들에게 언니대접받을 생각하지 말고 막내라 생각하고 살뜰히 배우리라 마음먹었다. 그게 내가 새로운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다행히 나의 사수는 친절했다.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쉬워요. 한번 해보시고 편하신 대로 하면 돼요."
꼼꼼하고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내가 열심히 듣고 익히려 애쓰자 경직되어 있던 그녀의 표정도 서서히 풀렸다. 새침해 보였던 나의 사수는 쌀쌀맞은 사람이었던 게 아니라 본인도 긴장하고 있었던 거였다.
"경력이 몇 년 차예요?"
일을 깔끔하고 야무지게 잘하는 사수와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낄 무렵 내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올해 8년 차요."
"전 4년 하고 그만뒀는데.. 선배네. 대선배시네요."
내 농담에 둘 다 싱긋 웃었다. 친절한 사수를 보며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혹시 까질한 직원을 만날까, 나이 많은 아줌마 직원을 싫어하면 어쩌나 쌓였던 걱정이 한 번에 풀렸다.
한나절동안 사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아직 낯선 일은 사수가 하는 걸 지켜보면서 눈으로 익히고 또 익혔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나며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어린 사수는 대체 몇 살일까? 분명 나보다 어린 건 확실한데 대체 몇 살이나 어린지 모르겠다. 8년 차면 몇 살 정도 되지? 머릿속으로 계산하다 그냥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쌤! 쌤은 몇 년생이셔요?"
그날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 앞에서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대답을 듣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열 살. 나보다 딱 열 살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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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첫출근 #직장인에세이
#경력단절 #나이와일 #선배님
나이가 들수록 새로 시작하는 일이 점점 조심스러워집니다.
특히 나보다 어린 사람 앞에 서게 될 때는 더 그렇고요.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가장 작아진다고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