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고작 일주일이었다.

- 다시 적응하기까지의 기록-

by 못지

남편이 연차로 쉬는 날.


점심을 먹은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특별히 용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점심을 잘 먹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톤이 평소보다 낮고 딱딱했다. 기분이 안 좋은 게 분명했다.


내가 이유를 묻자 남편이 짧게 대답했다.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얘기 좀 해."


그 한마디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남편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새로운 직장에 적응한다고 아등바등하는데 남편까지 이렇게 나오니 섭섭함이 밀려왔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끝까지 이유를 캐물었다.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너 요즘 너무 집에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


... 띠용.


순간 어이가 없었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운함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그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툴툴대며 통화를 이어가다 일할 시간이 되어 전화를 끊었다.


그날 저녁, 남편의 말은 이랬다.


내가 일을 시작한 뒤부터는 본인이 모든 걸 도맡아 하게 된 것 같다는 거였다. 내가 남편만 믿고 집안일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 같다고 했다. 가정적이고 육아도 살림도 잘하는 남편 덕분에 집안일을 하는 하는 비중을 확 줄이기는 했다. 그래도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애들 학교랑 학원 일정도 챙겼는데 저렇게 말하니 몹시 서운했다.


물론 예전같이 할 순 없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있었고, 진료 순서를 익히느라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 어쨌든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빨리 실수를 줄여야 했다. 다행히 남편이 살림도 육아도 워낙 잘해줘서 마음 놓고 새로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작 일주일이었다.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돈 번다고 집안일을 다 때려치운 사람 취급을 하는 것 같아 억울했다. 참으려고 했는데 결국 눈물이 터져 흘렀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사실 오빠 믿고 집안일 안 한 거 맞아. 그거 다 인정해. 지금은 새 직장 적응이 더 급해서 그랬어. 근데 오빠가 그렇게 생각할 줄 몰랐어. 너무 속상해."


남편은 조금 당황한 거 같았다. 내가 직원들도 좋고 일도 할만하다고 하니 직장생활이 편한 줄만 알았지 그렇게 새롭게 일을 배우느라 고군분투하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13년 만에 다시 일을 시작한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아줄 줄 알았다. 하지만 일머리가 좋은 남편은 하루, 이틀 근무한 후에는 완벽 적응한 줄 착각했던 거였다.


그날, 내가 대성통곡을 하며 설움을 쏟아낸 덕분에 우리의 오해는 풀렸다. 그렇게 워킹맘으로서의 첫 번째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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