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마흔 살 막내 직원, 일주일을 버텼다

-다시 적응하기까지의 기록-

by 못지

일한 지 일주일!


출근길에 커피를 테이크아웃 할 여유가 생겼다. 따뜻한 커피를 한 손에 들고 걷다 보니 잠깐이지만 제법 멋진 커리어우먼이 된 것만 같아 내심 뿌듯했다.


여유로움은 딱 여기까지다. 진료 준비를 마치고 첫 환자가 들어오면 다시 긴장 모드! 촉을 바짝 세운다. 실수하지 않게 온 신경이 환자에게로 쏠린다.


그렇게 애쓰는 만큼 아무런 실수가 없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초짜 직원인 나는 꼭 하나씩 빼먹는다. 그럴 땐 나의 야무진 사수님이 제동을 걸어준다. 너무 감사하게도!


"선생님! 혹시 치근단 촬영하셨어요? 원장님이 체크하셔야 하는데."


내가 혼자 해볼 수 있도록 지켜보다가 딱 필요한 때 부족한 부분을 짚어준다. 알짝딱깔센의 표본이랄까!


사수의 한마디에 내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그렇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냉큼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다시 진료를 해나간다. 당황스럽더라도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태연한 표정으로 하던 일을 묵묵히 한다. 그래서 다행히 이제껏 큰 실수를 하진 않았다.


가끔 그렇게 혼자서 해내다가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땐 두 번 정도 시도해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다른 직원에게 헬프를 요청한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 환자들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던 직원도 와서 나를 도와주고 간다.


원래 데스크를 담당하지만, 진료에도 능숙하기에 환자를 상대하고 있지 않는 한 흔쾌히 나의 일을 대신해 준다. 내가 잘 못하고 있는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다시 유유히 데스크로 돌아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모른다.


한 번은 데스크에 있는 사수가 내게 여러 가지 진료 술식을 알려주다가 이런 질문을 했다.


"혹시 제가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게 불편하지는 않죠?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너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알려준다고 기분 나빠하실까 봐 말씀드려요."


"전혀요.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1년 차처럼 알려줘요. 알고 있어도 기억이 흐릿한데 이렇게 설명해 주면 다시 기억나고 너무 도움이 돼요."


내가 혹시 기분 나빠할까 봐 조심스럽게 물어주는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거기다 실습생까지 센스 있게 일을 잘한다. 아직 17살인 거의 내 딸뻘인 학생은 귀찮을 만도 한데 늘 꼬박꼬박 출근시간보다 일찍 와 아침 준비를 한다. 또 잘 봐두었다가 부족하거나 손이 필요할 때 와서 자연스레 도와준다.


요즘 실습생 중에는 제시간에 안 나오는 건 물론 시키는 것도 안 하고 딴짓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우리 실습생은 달랐다. 나서서 열심히 하려고 하니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다.


'저 부모님이 아이를 참 잘 키우셨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주변에서 잘 도와주니 생각보다 적응이 더 빨랐다. 한 달은 걸릴 줄 알았건만 자주 하는 진료는 일주일 만에 술식을 거의 익혔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일주일 전의 나보다는 분명 조금 나아졌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천천히 이곳에 적응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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