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적응하기까지의 기록-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확실하다.
처음 일을 시작해 손을 덜덜 떨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제법 적응이 되어 익숙하게 진료한다. 진료가 끝난 후 장갑을 벗으면 땀에 흠뻑 젖어 손이 축축했는데 지금은 뽀송뽀송하다. 간혹 새로운 일을 하게 될 때는 여전히 긴장되긴 하지만, 예전처럼 등줄기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진 않는다.
원장님의 진료 스타일에도 익숙해져 도와줄 때도 여유가 생겼다. 수첩에 적어놓고 진료를 시작하기 전 한 번 훑어보는 것이 내게 큰 도움이 된 듯하다.
스케일링을 끝내고 원장님께 점검받는 시간, 미러로 구강 안을 꼼꼼히 살펴보는 원장님의 손길이 그날따라 더디게 느껴졌다.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을까 숨죽여 원장님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스케일링은 아주 깨끗하게 잘됐습니다.”
짧은 한마디에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뿌듯함이 차올랐다. 이제 나도 치과의 필요한 일원이 된 것 같아 흐뭇했다.
나이가 있다보니 배우는게 더딜까봐 내심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예전 경험이 있는 덕분인지 아침마다 미리 진료 스타일을 예습하고 오는 덕분인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흡수하고 있는 기분이다.
"쌤! 걱정하시더니 잘하시는데요?"
나의 어린 사수의 칭찬에 기뻐서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신나서 더 열심히 배우려고 용을 썼다.
일이 익숙해지자 거의 딸뻘인 실습생 앞에서도 면이 섰다. 벌벌 떨더라도 계속 노력하다보면 잘할 수 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일이 어렵다고 느낄 때보다 재밌다고 느끼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이번에 본뜨는 것도 선생님이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충분히 잘하실 것 같은데요?”
사수는 내가 일을 빨리 익힐 수 있도록 여러모로 기회를 주었다. 나도 주저하지 않고 뭐든 시도해 보고 익혀갔다.
‘내가 완벽 적응을 했구나!’ 하고 깨달은 건 본을 뜨고 나서 사수에게 점검을 위해 보여줬을 때였다.
“선명하게 잘 나왔네요.”
사수의 한마디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본을 뜬 후 잘 나왔는지 부족한지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눈도 생겼다.
이제 웬만한 진료가 더는 두렵지 않았다. 어떤 진료가 있어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가끔 자주 하지 않는 진료 어시스트를 할때 버벅거리긴 하지만 금세 익히면 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퇴근할 때 ‘오늘도 잘했어!’ 만족감에 차올라 자신을 스스로 폭풍 칭찬하기도 했다. 이렇게 치과 진료 어시스트는 거의 마스터했다고 착각했을 때였다.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자꾸 실수가 나와 내 발목을 잡았다. 아니, 그건 실수가 아닌 실력 부족이었다. 또다시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번과는 다른 종류의 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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