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치근단 촬영의 늪

-다시 적응하기까지의 기록-

by 못지

“쌤, 17번 치아 peri apical(치근단 촬영) 찍어주세요.”


원장님의 한마디에 내 얼굴이 굳었다. 환자분의 상악 우측 큰 어금니에 충치가 있어 작은 X-RAY 사진을 찍어달란 부탁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X-RAY촬영실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치근단 촬영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구강 전체가 나오는 파노라마 사진은 괜찮은데 부분을 찍는 치근단 촬영은 늘 중요한 부분이 잘 안 나오곤 했다.


거기다 내가 제일 못 찍는 부분이 바로 상악 대구치 부분이었다. 전치 부위나 하악은 그래도 괜찮은데 상악 대구치 부위가 유난히 잘 나오지 않았다.


근데 오늘 찍을 부위가 바로 상악 대구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 의자에 앉으시면 돼요.”


긴장된 마음을 꾹 누른 채 환자를 치근단 촬영 기계에 앉혔다. 기계의 필름 부분에 비닐을 씌운 후 환자의 구강 안 사진 찍을 부위에 갖다 댔다.


“왼손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주세요.”


환자분이 필름을 고정하고 이제 콘의 방향과 각도만 잘 맞추면 된다. 그런데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감이 잘 안 잡힌다. 사수에게 몇 번이나 설명을 듣고 나름대로 연습했는데도 쉽지 않았다.


내가 아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콘의 각도를 맞추고 사진을 찍었다. 불안한 마음에 아랫입술을 꾹 씹었다.

삑-


작동 키를 눌렀다. 컴퓨터 화면으로 사진이 뜨기까지 몇 초 동안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뛴다.


‘으아, 어떡해.’


치아의 모양이 나와야 할 자리에 뿌연 빛 자국만 났다. 곤란한 표정으로 서 있으니, 나의 슈퍼우먼 사수가 재

빨리 X-RAY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이 조금 덜 나와서 한 장만 더 찍을게요.”


금세 콘의 각도를 제대로 맞추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컴퓨터 화면에 17번 치아가 선명하게 나왔다. 다행히 사수의 도움으로 별 일없이 환자는 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진료가 진행되었다.


진료가 진행되는 도중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몇 번을 찍어도 아직도 제대로 찍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진료 어시스트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딴생각으로 가득 찼다. 공감각이 부족한 건지 방향 감각이 부족한 건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X-RAY는 방사선으로 촬영하는 거라 대충 각도를 연습해 볼 뿐 직접 연습해 볼 수 없어 더 답답했다. 노력으로 쉽게 넘어설 수 없는 문제에 당면하자 한숨이 나왔다.


"쌤 여러 번 하면 잘 찍을 수 있을 거예요."


나의 어린 사수가 위로해 줬지만, 마음의 짐은 쉽게 덜어지지 않았다.


이걸 어떡해야 하나? 며칠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자 근심이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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