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적응하기까지의 기록-
‘오, 잘 찍었다. 이번엔 원하는 부위 잘 나왔네.’
앙다물고 있던 입술에 힘이 빠지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 치근단 촬영을 하면 실수를 하는 날이 적어졌다. 혹시 사진이 잘못 찍혔다 해도 사수를 부르기보단 스스로 해결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렇게 치근단 촬영 실력이 조금이나마 서서히 늘어나고 있었다.
치과 일이 부담스럽다기보다 편안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제 새로운 환자가 들어와도 더는 떨리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끼고 진료 준비를 하고 환자를 맞이한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직업 만족도가 높아졌다.
나는 분명 만족스럽다고 느꼈는데 신기하게도 밤마다 악몽을 꿨다. 남편 말로는 가끔 잠꼬대도 한다고 했다. 꿈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깨고 나면 찜찜했다. 눈을 뜨면 새벽 네 시. 심장은 놀래서 벌렁거리고 있었다. 헤매고 실수하고 당황하고 이런 꿈들의 연속이었다.
꿈은 반대라니까 삶이 만족스럽다는 신호로 여기고 애써 좋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래도 새벽에 잠에서 깨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늘 그랬다. 행복하면 악몽을 꿨다. 이 만족감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원래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아서 마음 저 깊이 깔린 불안이 밤마다 꿈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세 시간짜리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지 못해 끙끙거렸다. 매일 오전 소파에 앉아 당근 알바를 알아보았다. 정직원으로 취업은 언감생심 파트타임 알바라도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다니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았다.
‘행복해도 괜찮아. 좋은 걸 누려도 괜찮아.’
그럴 때마다 되뇌며 내 마음을 다독였다. 그리고 일을 더 열심히 했다. 내가 기회를 얻은 만큼 열심히 해야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자리일지도 모른다. 만약 결혼 전 내가 이 직장에서 일했다면 이렇게까지 감사함을 느끼고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력 단절 주부로서 일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한 시간을 지나 보냈던 나에게 이 일자리는 그 어떤 직장보다 소중하고 특별하다.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악몽은 계속됐다. 그렇게 악몽을 꾼지 열흘쯤 지나자, 이 직장이 이제 내가 있어도 될 곳이라 여겨졌는지 더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이곳은 나에게 완벽한 직장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를 밀어내진 않았다. 그렇게 나는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벌벌 떠는 아줌마에서 여전히 긴장은 하지만 새로운 직장의 평범한 일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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