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아저씨는 틀렸어(2) 삶이 내게 바라는 것

by Little Tree

“샘. 살다가, 별로면 그냥 죽으면 되죠,”


ADHD와 경계성 지능으로 삶이 고단했던 A는

참 해맑게 웃으며 ‘그냥 죽으면 되죠’라고 말하고

간식을 우걱우걱 먹는다.


A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원했고, 매번 실패했다.

술 먹을 때 불러서 돈만 뜯는 친구와 성적 관계만을 원하는 남자친구..

절망, 분노, 슬픔을 지나 이제는 ‘그러려니’ 가 되어서는

“내 인생이 뭐 그렇죠. 괜찮아요.”라며 슬프게 웃는다.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인 빅터프랭클은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하루 한 번 주어지는 수프마저 먹을 자격이 없던 이들, 총알을 쓰는 것이 아까워 가스실로 보내졌던 이들이 삶을 살아내는 것을 보며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값싼 낙관주의나 패배주의로 인생의 의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수많은 외부적 붕괴와 내적 붕괴 속에서 삶을 끝내는 인간들을 마주하며, ‘쾌락’도 ‘무기력’도 삶으로부터 의미를 빼앗을 수 없음을 역설하며 '인생은 의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삶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삶이 내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로 바꾸라고 말한다.


A가 인생에 바라는 것이라곤 그저 ‘친구’였다.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호락호락 내어주지 않았을까.


- 네 인생이 친구를 주지 않았다 이거지? 작은 부스러기라도 줬을 테니, 찾자. 찾아내보자.-


그렇게 우리는 매일 만나서 비즈팔찌를 만들고, 그림도 그렸다. 세상에, 운전면허도 땄다.

너랑 나는 인생이 던져준 소소한 것들을 했다. 친구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살았다.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매일 아침 오던 A가 한참을 보이지 않았다.

2주 정도 지났을까, 문밖에서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위클래스 문이 벌컥 열렸다.


“샘, 저 00자격증 땄어요. 이제 대학도 갈거에요.”


A는 삶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을 해냈다. 야호!

엄마에게 멱살 잡혀 딴 자격증이고 엄마가 수소문 한 대학이지만, 어쨋건 해냈다. 야호!

프랭클 아저씨의 말처럼 인생이 A에게 원하는 것을 해냈다. 야호!


-그런데, 나는 A가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적극적으로 살아낸 것이냐 묻는다면 야호!를 외칠 수 없다.-


‘입시’가 목적이 되어 공부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알려줄 시간이 부족한 학교와

돈에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모, 돈 없으면 망할 것만 같은 나라를 보며

‘돈 많이 버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인생이 네게 뭘 원하는 것 같아?” 라고 물을 때

돌아오는 답이 “몰라요,” 는 당연한 것 아닌가.


프랭클 아저씨가 “인생이 네게 무엇을 바라는 지 생각해봐.” 라고 아무리 외쳐도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과 사회가 공부, 성공, 돈을 외친다면

"지금 네 인생이 너에게 뭘 원하고, 뭘 하라고 말할까?" 는

가르치지도 않은 것을 묻는 시험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어른들이여.

인생에서 공부 말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많음을 깨닫고 경험한 어른들이여.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것들이 ‘돈’ ‘성공’말고도 얼마든지 많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어른들이여.

본인들만 그렇게 살지 마시고,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길.

네 하루에 공부가 없더라도, 비즈팔찌 하나 만들고, 친구를 만나서 웃는 것이 전부였다 하더라도

네 삶은 의미 있을 수 있음을 알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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