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오일은 상쾌해

by Little Tree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어요.’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은 내 실수였을 까봐였다.

아니 솔직히, 싸우는 것이 싫어서였다.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나는, 갈등 상황에서 무의식적이고 즉각적으로 입을 다물어버린다.


이번에도 입을 다물고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내 탓 같은 죄책감과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 입을 다물어버린 나를 탓하는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 내가 했어야 했던 거야?

라는 반문

- 그냥 당신이 하는 줄 알았다고 말하지. 그게 뭐라고 말을 못 해.

라는 자책

- 탓하지 말고 그냥 하자.

라는 책임감


여러 감정들이 내 안에서 충돌하자 긴장이 올라왔다. 어깨와 목이 굳고 머리가 멍해지면서 가슴도 답답해졌다.


일단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일단 연락해 두었고, 일은 해결되었어요."라고 말하자

알겠다고 하는 그 말투와 눈빛에서 나에 대한 원망을 느꼈다.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급한 불을 껐으니 해야 할 일들에 몰두했다.

몰두했어야 했다.

하지만 소화되지 못한 감정들이 일 하는 중에도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당신이 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말하지 못한" 미해결과제는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학생을 상담하는데, 여기저기 떠돌다가

불현듯 솟구치는 억울함이 너무 불편했다.


'그만'


이제 그만 억울한 감정과 생각들을 마주하고 정리하기로 했다.

'지금-여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자.


책상 앞에 있는 민트 오일을 들었다.

오일을 목과 어깨, 코 밑에 바르고 숨을 깊이 들이켰다.

'스읍. 하아.'


상쾌한 향기가 코끝에서부터 심장까지 퍼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차례 심호흡을 했다.


향기에 집중하며, 생각과 감정을 멈추는, 마음에 작은 고요를 불러오는 나만의 의식을 치렀다.


억울함의 끝을 타고 올라갔다.

원망과 죄책감의 꼬리를 잘라내는 첫마디는

'미움과 원망, 자책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였다.

그 생각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무너트리는 뿔 달린 나를 혼내듯 달래듯 말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확인했으니 다행이야. ' 라며 이성적인 나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알게 되었다면 정말 대참사이고, 동료가 이것에 대해 미리 확인했으니 감사한 것이라 생각하자 상대를 향한 원망이 조금 사그라졌다.


이것으로 끝나면 좋겠는데 '내가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그 말을 하지 않고는 억울함이 "나 여깄 어." 라며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일어섰다. 화내지 않고 내 생각을 잘 전달기를 기도하며

미해결과제의 대상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생각나서 다행이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


회피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고

내 탓도 네 탓도 하지 않고

내 생각과 마음을 전했다는 것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지만

내 안에 있는 미해결과제를 위해 행동한 나를 칭찬해 본다.

이전 03화쓰레기통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