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nA Jan 06. 2017

소소한 요가.

다시 수련 시작! 

2008년, 회사원이 됨과 동시에 예전과 다른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다.

매일 하루 9시간 이상 함께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직장동료와의 불화에서부터 낯선 업무가 주는 부담감과 성과에 따른 열등감까지 이전 학생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일상 속에 깊숙이 박혀버리는 스트레스. 어떻게든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들과 상처들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뭔가를 해야만 했다.


처음 내가 선택한 방법은 무조건 달리기였다. 회사 옆 24시간 헬스클럽에서 차오르는 화를 안은 채 러닝머신에서 한 시간씩 뛰곤 했다. 러닝머신이 부서져라 쿵쾅대며 쉬지 않고 달리기를 했지만 숨만 턱까지 차오를 뿐 마음은 여전히 답답했다. 몸은 금세 땀을 흘리고 힘이 빠져 나른하지만 정신만은 또렷하게 나를 상처 입힌 시간들을 무한 반복 재생하곤 했다. 몸은 몸대로 지치고 마음은 달래지지 않았다.


요가 역시 스트레칭과 근력 기르기가 적절히 섞여 적당히 과하지 않은 운동으로 시작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요가는 금세 밥을 거르고도 가게 되는 유일한 여가생활이 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선생님을 따라 하기 바빴다.  동작을 알게 되자 아무 생각 없이 동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점점 할 줄 아는 동작이 늘어났다. 사지가 찢기는 느낌도 익숙해지고 선생님 없이도 흘러가듯 동작을 이어가게 되었다.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숨이 들이마시고 내뱉을 때 몸과 마음을 그 동작을 위해 집중하는 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는 아무 생각이 머무르지 않는다. 호흡을 하는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일상 속에서 나는 매시간 다음을 생각했다. 현재에도 머무르지 못하고 다가올 걱정과 불안을 멈추지 못했다. 그런데 요가를 하는 시간 동안만은 달랐다. 호흡과 동작이 익숙해지며 나의 몸과 마음의 흐름이 시간을 지배하게 되었다. '생각하지 말자 ' 마음속으로 몇 번을 반복하며 나를 괴롭히던 것들에게 도망가려 애를 쓰지 않아도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요가 수련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요가에 깊이 빠져드게 된 것은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지워버리고 싶은 과오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때였다. 분명 엎질러진 물인데도, 번복할 수 없는데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으로 없앨 수 있는 것 마냥 시도 때도 없이 그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도 깔깔대며 수다를 떨다가도 내 마음은 폭풍이 몇 차례 지나가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이 어수선했다. 스스로에게 주는 벌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계속 마음은 어지럽고 하루를 망치기 일쑤였다. 아마도 그냥 잊고만 싶었던 나의 외면으로 인한 부작용이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선생님은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평소와는 다르게 멘트를 했다. "여러분, 오늘 아침 어떤 마음인가요? 나의 마음을 한번 알아보세요. 누구보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요."  너무나도 뻔하고 익숙했던 자기계발서의 주요 등장 멘트인데도, 그 날 아침의 요가 수련을 특별하게 바꿔놓았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거나 가슴을 치는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몸만 움직이던 수업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8년을 여러 요가원을 거치고 다수의 선생님을 만나며 보냈다. 많은 시간을 보낸 만큼 요가를 바라보는 자세도 달라졌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사라지고 좀 더 본질에 다가서고 싶다.


요가는 몸과 마음으로 하는 수련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의 모든 삶이 바뀐 지금, 다시 요가 수련을 시작한다. 아주 소소한 요가 수련이다. 매일 나를 들여다보고 나만을 위한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만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일상을 바꿔나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 동작에 호흡 하나도 집중하며 내 몸을 바라보는 것에도 많은 시간을 들일 것이다. 


거창한 마스터가 되고 싶지 않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동네 아줌마가 되고 싶다. 소소한 요가면 된다. 

그냥 이렇게 마루에 널부러져 누워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