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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나나 Oct 01. 2023

구독과 라이킷의 노예

브런치 작가가 된 후

브런치 작가가 된 기쁨도 잠시, 그 후 한동안 글을 올릴 수 없었다.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마냥 막연했다.

매일 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다른 작가들의 글만 주야장천 읽었다.

나처럼 새내기 작가는 눈에 띄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경력을 쌓은 베테랑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았다.

좁기만 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나와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넓은 세상 속에 살고 있으니 참 쓸게 많겠구나, 이해도 되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라는 생각도...

나는 문득, 그럼 나도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일찍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느라 사회생활이라고 해봤자 4년 동안 한 슈퍼와 3년간에 편의점을 한 것밖에 없지만 그거라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글 한편을 쓰고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놓았더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내 창고에 켜켜이 쌓인 연탄을 바라보는 엄마의 흐뭇한 미소와 닮았다고 할까.

마음 곳간 한구석에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늘려가면 되는 거구나.

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발행이라는 글자는 나에게는 부담이라는 글자로 읽혔다.

과연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 뭐 이런 것도 글이라고 비웃지는 않을까.

나는 내 글을 드러낼 용기를 좀처럼 낼 수 없었다.




'발행'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 거지?

브런치 스토리에 대문짝처럼 크게 실리는 건가?

그러면 너무 쑥스러운데...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눌러보고 취소해야지.

어느 새벽, 나는 드디어 '발행' 버튼을 힘겹게 누르고 메인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우려했던 대문짝에는 올라가 있지 않았지만(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도통 내 글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눌러보며 내 글이 어디에 실렸나 찾고 있었는데 ***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라는 알림이 떴다.

엥?? 이 새벽에 누가? 왜?

내 글을 읽고 처음으로 라이킷을 눌러준 사람에게 감사하고, 기쁘고, 떨리고, 정신이 없었다.

얼떨떨한 채 멍하니 화면만 쳐다보는 내게 정신 차리라는 듯 알림이 동시에 두 개가 떴다.

두 명이 또 라이킷의 버튼을 눌러 준 것이다.

엥? 뭐지? 

세 명이나 라이킷을...

아... 한 번 눌러본 건데. 이러면 취소할 수가 없잖아.

그렇게 내 첫 글은 얼떨결에 브런치 스토리에 올려졌다.



날이 갈수록 라이킷수가 조금씩 늘어나며 알림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기다리고 기다렸던 남자친구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처럼 떨리고 기뻤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이지도 않고 전달하지도 못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나는 어느새 핸드폰을 손에서 놓칠 못하고 브런치 스토리를 계속 들락거리느라 다른 일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알림이 언제 또 울릴까, 온통 몸과 마음은 브런치 스토리에만 가 있었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SNS를 하는구나, 이런 기분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 알림 창에 브런치의 시그니처 마크만 떠도 심장이 벌렁벌렁 댔다.

매일매일 라이킷수와 구독자수를 확인하며 혼자 실실거렸다.

수가 늘어감에 내 욕심도 늘어갔다.

더 많은 글을 써서 더 많이 받고 싶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기쁨도 컸다.

왜 이제야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제는 나의 일상에 브런치 스토리를 빼놓고는 있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게 되었다.

눈을 뜨자마자 브런치 스토리 앱부터 열었고, 잠들기 전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글은 계속 써야 되는데 신경은 온통 핸드폰에 가 있으니 진척이 될 리 없었다.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고... 

매일이 이러니 시간은 내 사정과 상관없이 무정하게 흘러갔고 어느새 나는 구독과 라이킷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 작가라서 그렇겠지?

나는 언제쯤 통달하게 될까? 몇 천, 몇 만 명의 구독자와 그만큼의 라이킷수가 되면 가능하려나...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자발적 노예가 된 나는 모든 알림을 무음으로 돌리며 해방되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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