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싯그룹]
P21 (12/17~1/22)
늦은 저녁 진즉 문을 닫았어야 할 갤러리가 번쩍거린다.
태싯그룹의 전시 '인 비트윈'을 위해 P21에서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까지 갤러리 문을 열어두었다. 퇴근길에 들릴 수 있는 전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전시장에 들어가니 밤과 너무 어울리는 빛과 소리에 다시 한번 감동을 느꼈던 이번 전시. 영상도 사진도 그 감각과 느낌이 담아내지 못하니, 전시 설명에 앞서 꼭 방문하시길 추천드린다.
태싯그룹은 알고리드믹과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하는 미디어아트 공연 그룹이다. 클래식을 공부한 장재호와 일렉트로닉 뮤직을 하던 가재발은 2008년, 존 케지이의 <4분 33초>의 악보에 적힌 침묵을 의미하는 'tacet'에서 이름을 따온 태싯그룹을 결성했다. 이들은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재료들로부터 예술의 세계를 발견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 창조의 가치와 대중적 재미를 함께 추구한다(홈페이지 설명 중 일부).'
이들의 작품에서는 소리와 시각의 경계가 충돌하고, 표면과 의미의 경계, 인간의 표현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표현, 완결과 과정의 경계가 무마된다.
/전시 설명 중 일부
전시장의 빛은 작품에 따라 구체적인 글자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불분명하게 번쩍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 속 글자는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라기보다 일종의 박자나 음표처럼 일종의 기호에 머문다.
부서지고 조합되는 과정에서 문자는 글씨 속의 의미가 아닌 하나의 시각적인 형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작업은 물질세계의 재현을 거부하는 추상과도 닮았다.
한글은 이들의 작품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가 아닌
사운드의 체계를 드러내는 시각적인 기호로 사용된다.
/전시 설명 중 일부
이런저런 긴 설명과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전시장에 들어갈 때 들리는 불규칙적인 삡삡 소리에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까마득한 클럽 계단을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가.
반짝거리는 꼬마전구들을 보며 밤하늘에 퍼어얼♪ 을 떠올리며 아득해졌다가.
방음벽이 설치된 어둠뿐인 방에서는 외부의 소리가 모두 차단된 채
우주에 나와 소리만 둥둥 떠있는 듯한 신기한 기분을 경험했다가.
작은 갤러리 안에서 새롭고 다채로운 감각을 경험하고 나올 수 있어 만족스럽고 만족스러웠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다 하루가 저무는 어두운 밤에 만난 전시라 더욱 그랬을까-
** 작가와 작업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인터뷰가 있어 첨부합니다 :)
https://www.legend-lounge.com/news/articleView.html?idxno=905
[P21 갤러리]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 74
화 - 토요일 5:00 PM - 10:00 PM
* 1월 18일부터는 4:00 PM - 8:00 PM
* 일요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