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이슨 마틴 개인전]
타데우스 로팍 서울 (2/24~4/16)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묵직한 오일 냄새가 난다. 오일 냄새 속으로 걸어 들어서면 한쪽 벽면 가득 은은하게 반짝이는 정사각의 색깔들이 반긴다. 제이슨 마틴의 국내 첫 개인전 <수렴>이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렸다. 색과 움직임만으로도 다채로운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의 힘을 느낀 흥미로운 전시였다.
제이슨 마틴은 영국과 포르투갈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로 1997년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전설적 전시 <센세이션>에 함께 참여했었다. 함께한 yBa 작가들과는 조금 다르게 사회적인 이슈보다는 회화 본질에 대해 연구를 했던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본 전시관에서 그의 신작을, 그리고 색감이 선명한 구작은 분리하여 프라이빗 룸에 따로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수렴'이다. 캔버스(알루미늄 판을 사용했으나 포스팅에서는 편의상 캔버스라 적는다) 위에서 춤을 추는 붓 자국들은 캔버스 중앙의 하나의 접점으로 '수렴'된다. 설명문에 따르면 작가는 이를 '공간과 시간의 합일' 이나 '경계의 조우'로 설명하며 외부의 움직임이 하나의 점으로 모이는 것을 명상적 행위에 빗대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그는 움직임이나 수행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이어간다.
각 작품 안에는 항상 형용할 수 없는 미묘한 긴장감이 존재하며, 나는 늘 이것을 찾고자 한다. 공간이 상상으로 형성된 것도, 묘사의 대상도 아닌 것처럼.
/ Jason Martin
비슷한 구성 안에서 색의 변화를 준 이번 작품은 바다의 수면이나 하늘 같은 것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그는 작품을 통해 삶을 긍정하는 감정을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전시 글에 알루미늄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표면을 알루미늄처럼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재질 자체가 알루미늄이었다. 마틴은 알루미늄이 자신의 회화에 아주 적합한 재료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두꺼운 마띠에르가 특징인 그의 작업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캔버스 천의 경우 온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하는데 이 역시 두께감이 있는 그의 작품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작품의 측면을 보면 알루미늄 위에 먼저 배경 색의 레이어를 쌓고 그 위에 두텁게 오일을 올린 것 같다. 배경이 되는 알루미늄 때문에 반짝이는 느낌이 난다고 설명되어 있는데 과연 두터운 오일을 뚫고 실제로 알루미늄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설명처럼 작품에서 실제로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지만 바닥의 알루미늄보다는 오일 자체가 빛을 반사하기 때문 아닐까 :-)
이번 신작을 위해 마틴은 10년 만에 붓을 들었다고 했다. 이전 작업에서는 주로 빗이나 스펀지와 같은 재료로 회화 위 터치를 만들어 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신작은 묵직한 덩어리감이나 독특한 미디엄이 주는 재미보다는 가벼우면서 잔잔하고 섬세한 색의 표현, 빛 반사와 같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재미있는 점은 작품이 전하는 느낌과 달리 실제 작가의 작업 영상을 보면 커다란 크기의 캔버스에 붓의 움직임을 담아내기 위해서 온 몸을 이용해 힘 있게 작품을 제작한다. 그 과정 자체가 온몸을 사용하는 고민과 수행의 과정 같기도 하다.
( ↑↑↑↑ 영상 1분 50초~2분 30초쯤 이번 회화와 비슷한 느낌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
전시장 중앙에 걸린 커다란 세 점의 작품을 보고는 은은한 색감이 꼭 비단 같다는 생각이 들며 보자기가 떠올랐는데 전시 설명문에도 보자기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색과 붓 터치만으로도 대상이 전달이 가능하구나' 하고.
At least 25 years have passed since I was entrusted with the safekeeping of a Japanese tea master’s kimono. Yamada Sohen from Kamakura left me this bojagi-wrapped kimono in London, but he has not yet retrieved this formal garment and I have never opened it to see what is inside, as I could never repeat the tied bow. There is a mystery to this that I do not want to risk losing.
/ Jason Martin
제이슨 마틴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작품의 정면 말고도 옆면, 모서리를 보는 것이 재미있다. 캔버스 모서리에 도달해서야 얼마나 묵직한 양의 물감이 캔버 위에 얹어져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은 관람을 위한 하나의 고정된 위치가 설정되어 있지 않고 마치 조각 작품처럼 움직여가며 모든 면을 관찰하며 직접적인 경험을 하도록 안내한다. 이번 작업은 특히 빛을 은은하게 반사하는데 아마도 관람객의 위치나 그날의 햇살, 그리고 조명에 따라 관람객 각자가 조금씩 미묘하게 다른 빛을 경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유화 작업들도 좋았지만 화려한 색감의 수채화 작업들도 재미있었다. 종이 위 색채 실험은 그의 회화의 초석이 된기도 한다. 안료 마다의 특성, 그리고 서로 다른 안료 간의 상호작용 예기치 못한 움직임이나 흔적을 만들어 낸다. 화려한 색감들의 폭발 속에서 색이 겹치고 퍼지고, 그 안에 숨겨진 터치를 찾느라 내내 눈이 분주했다. 잔잔함보다는 강렬한 자극이 필요한 하루였었나 보다.
Painting is a form of meditation, as to reach positive results it is necessary to empty our mind of distractions and focus on the parameters at hand. /Jason Martin
아쉬웠던 점은 마틴의 구작도 기대했는데 인스타에 올라왔던 사진들과 달리 신작만 만나 볼 수 있었다. 혹시나 하고 해당 층이 전부인지 데스크에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변을 하셨는데, 나중에 다시 확인보니 구작은 당시에는 굳게 닫혀있던 프라이빗 룸에 비치되어 있었다. 나중에 갤러리에 문의해보니 데스크에 구작을 볼 수 있는지 문의 하면 보여준다고 했다. 혹시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꼭 데스크에 문의해서 꼭꼭 구작도 보고 오시길 :'(
[타데우스 로팍 서울]
서울특별시 용산구 독서당로 122-1 2층
화 - 토요일 10:00 AM - 6:00 PM
매주 일/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