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알려준 것

나만의 북극성을 찾아서

by 나날 곽진영

인생을 항해에 빗대어 자주 이야기한다.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건 Where am I, 위치 확인이다. 망망대해에서 배의 위치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항해사는 지도에 선박의 위치를 표시하고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위치와 방향 설정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는 종종 본질을 잊고 결과만을 바라본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갖고 싶은지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다. 결과에만 집착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먼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이 목표가 된다. 아무리 노력하고 성취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언제나 나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이 존재하는 게임은 누구에게도 긍정적인 감정을 줄 수 없다. 관계는 단절되고, 공동체는 무너진다. 승리자와 패배자만 남는다.






7년 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읽었다. 월든은 소로우가 2년 2개월간 5평짜리 오두막에서 혼자 지낸 기록을 남긴 책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소로우가 노동을 하기보다 산책하고, 책 읽고, 사유하며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내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로우가 하버드를 나오지 않았다면 충격이 덜했을까? 그 당시 나는 부끄럽게도 사회적 지위가 한 인간을 바라보는 중요한 잣대였다.) 부질없는 근심과 과도한 노동에 몸과 마음을 빼앗긴 채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따 보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평범한 우리의 삶이었다. 소로우는 먹고살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정작 열매를 취할 때 즈음 병이 들고 마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니 사회적인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권유한다. 월든은 이전까지 내가 생각해온 모든 가치들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그가 온몸으로 살아낸 '간소하고, 단정한 삶'이 나의 북극성이 되었다. 그 방향의 끄트머리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말하는 소로우의 철학은 이후 인생의 길잡이가 되었다.


그때부터 온라인에 변화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기록해 나가고 있다. 처음엔 우왕좌왕했다. 내가 뭘 하는지 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기록하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관심을 받으니 결과물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욕심이 생겼다. 무엇이 되고 싶었다. 생각지도 않던 것을 욕망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퍼뜩 놀랐다. 어릴 때부터 뼛속 깊게 교육받은 생산성에 대한 열망, 빠른 성취, 결과에 대한 집착이 다시 나를 소로우를 만나기 이전의 삶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멈춰야 했다.





게으름에 대한 환기는 한때 유행한 욜로(YOLO, 현재를 즐기는 삶의 방식) 같은 것이 아니다. 무기력해지기 위함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하는 지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 나를 맡기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목적지가 아닌 위치와 방향이다. 위치와 방향을 아는 사람은 결과가 상관없이 노 젓는 행위 자체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과정의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건강해진다.



항해하는 사람이나 도망 노예가 항상 북극성을 지켜보듯이 우리는 어떤 수학적인 점에 의해서만 방향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점은 평생 동안 우리의 길을 가리켜 주기에 충분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일정한 시일 안에 항구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올바른 진로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월든 중)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해도 자기만의 북극성을 따라가는 사람은 방황이 무섭지 않다. 노만 젓고 있는 시간이 불안하지 않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기의 북극성을 찾아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도 괜찮다. 방향이 정해지면 콧노래 부르며 나아가면 된다.


한없이 잉여로운 시간, 뭔가를 더하려고 하지 않고 오롯이 나와 친밀해지는 시간. 나만의 북극성을 찾아 주체적인 삶을 살 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일단 잘 노는 것부터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