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잘 노는 것부터 시작이야.

SNS에서 인싸, 현실에서 아싸

by 나날 곽진영

요즘은 누구나 퍼스널 브랜딩을 말하고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한다. 백만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하고 자고 있는 동안에도 월 천을 벌 수 있는 스마트 스토어를 갖고 싶어 한다. 결국 유명세와 돈이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이끈다. 그중에 몇이나 자기가 원하는 꿈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미 그 정점에 도달한 사람들의 뒤를 쫓아가는 이는 많지만, 그들이 이룬 것을 모두가 이룰 수 있을까? 한가하게 손가락 몇 번 클릭한 것만으로 그들이 도달한 곳까지 갈 수 있을까?


오히려 나는 묻고 싶다. 그렇게 자기를 갈아 넣어서,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유명세와 돈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내 건강과 정신이 피폐해지면서까지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그게 정말 당신이 바라는 건지. 세상 어떤 것도 쉬운 것은 없지만 온라인에서 살아남기란 더더욱 어렵다. 심리적인 압박 때문에 더 그렇다. 온라인은 '선택된 일상'이 공유되고 '만들어진 콘텐츠'가 보이는 세상이다. 그 일부를 전체라고 생각하면 자괴감은 커진다. 불안감은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오프라인 세상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미지의 능력자와 싸워야 한다. 다시 물어본다. 당신이 꿈꾸던 디지털 노마드는 그런 건가?




내가 온라인에 발을 들인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SNS에 내 일상을 소소하게 남겼고, 기타 연습 영상을 공유했다. 기타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글을 썼고,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을 소소하게 남겼다. 시간이 흐르고 기록이 쌓이자 그 이야기들이 책이 되고 업이 되었다. 좋아하는 일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지속할 수 있는 이유다. 누군가 경력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준다며 온라인으로 억지로 등 떠밀었으면 4년 넘는 시간 동안 내가 한결같을 수 있었을까? 앞서가는 저 사람을 쫓겠다고 부득불 내 열과 성을 갈아 넣었다면 내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모든 답은 '아니오'이다.


SNS에서 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까지 거의 만 명에 가까운 이웃과 연결되어 있어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내 게시물에 자주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은 기억하려고 하고, 그들의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하려고 노력한다. 그를 잘 알든 모르든 "감사합니다"로 뭉뚱그리지 않고 한 명 한 명 개별적으로 반응하려고 노력한다. 매일매일 그들의 일상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내 눈에 띄는 기쁜 일이나, 마음 아픈 일들에는 외면하지 않고 축하도 걱정 어린 토닥임도 잊지 않고 하려고 한다. 가끔은 누군가의 부탁으로 시간을 들여 기타 연습을 한 후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서로의 눈을 마주할 수 없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마치 주변에 있는 사람인 양 마음을 담는다. 물리적인 거리를 뛰어넘는 따뜻한 소통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런 내 노력 때문인지 SNS상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꽤 밝고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막상 만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생각보다 말수도, 표현도, 리액션마저 적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혼자 있는 게 익숙하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에너지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다수의 사람이 있는 자리나 긴 시간 동안 머물러야 할 때면 자연스럽게 말이 사라진다. 그야말로 방전 상태가 되어 버린다. 온라인에서의 "인싸력"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의 나는 대부분 아웃사이더로 존재한다.


온라인에서는 인싸, 현실에서는 아싸인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에서는 직접 대면하지 않고, 밖으로 사용하는 에너지가 적다 보니 내 관심을 타인에게 집중할 수 있다. 혼자서 작업하고 소통하고 에너지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겐 온라인으로 하는 일이 잘 맞는다. 쉼을 선택하는 것도,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온라인 환경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누군가 보기엔 한없이 게을러 보일지 모르지만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가지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했다. 온라인에서 글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 된 것은 단지 내 생존의 방식이자 내가 선택한 삶이었다.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결과일 뿐이다.


'덕업 일치'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처음부터 그들은 자신의 덕질이 업이 될 거라 생각했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흠뻑 빠져 덕질과 일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것이 어느 순간 업이 되고 돈이 된다. 그런 이들이 성공했고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처음 유튜브에서 성공한 이들을 떠올려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소개하고, 자기가 즐겨하는 게임을 중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했던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연애를 상담해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 관심 분야도 아닌 일을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할 수 있었을까? 일과 놀이의 경계 없이 푹 빠져서 놀 줄 아는 사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노는 분야를 찾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다. 조급함보다는 게으른 시간, 마음 편히 놀 줄 아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자기 이해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여전히 물 만난 물고기처럼 놀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게으른 시간을 헤엄치는 중이다. 설사 못 찾으면 어떠랴. 매 순간 마음에 따라 선택한 모든 것이 나의 자양분이 된다. 용기 충만한 엄마의 브랜딩은 덤이다.


옆에서 애가 떠들든지 말든지 잘 노는 이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선물한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아냐
빠르고 느린 것 이기고 지는 것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 서두르는 법이 없지
난 구름처럼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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