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이 브랜딩 할 수 있는 세상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니터로 보이는 끄덕임이 '아, 듣고 있구나.'라고 생각될 만큼 정적인 사람이었다. 다만, 독서모임이 끝나고 나면 아주 길고 긴 서평을 썼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익숙하다고 느껴진 뒤부터 그녀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서평만큼 똑 부러지는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그녀는 집에 머무는 것을 즐기고, 텃밭 가꾸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구독자 수가 2000명이 넘는 유튜버였다. 아이들과 텃밭 가꾸는 영상을 꾸준하게 올리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온라인 세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 옆집 엄마도 모른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마음껏 드러내는 것이 비단 그녀뿐일까.
내향인이 브랜딩 할 때 가장 큰 난관은 본인이다. 내향인은 생각이 많고, 깊어서 때때로 자신에게 발목이 잡힌다. 스스로 유난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특이함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일 때도 있고, 자기 비하로 이어질 때도 있다.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기도 한다. 후회와 자책으로 불면의 밤을 보낼 때도 많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아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나라는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걸 인지하는 순간 고민의 일부는 사라질 수 있다. 끊임없이 나의 특이함을 인지하면서, 남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비교하고 찾을 시간에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보면 어떨까. 남과 나의 차이점을 찾는 에너지를 스스로에 대한 탐구, 스스로에 대한 자아 성찰, 나아가서 내가 이 세상에 이바지할 무엇으로 확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자신을 브랜드화하여 특정 분야에 대해서 먼저 자신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나를 드러내고 알리는 일을 애초에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내향인의 특성상 브랜딩은 딴 세계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자. 브랜딩의 정의에서 특정 분야라는 것이 포인트다. 어차피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불가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순간 내 색깔은 사라져 버린다.
그런 면에서 내향인의 브랜딩은 타깃이 명확하다.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 같은 공감대를 갖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필요 없다. 나와 뭔가를 공유할 수 있는 몇몇이면 충분하다. 조금 이상한 사람들의 무리, 그것이 당신을 차별화시켜줄 테니까. 내향인은 사실 브랜딩에 아주 적합한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