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사는 베짱이라는 소개와 달리 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고, 때때로 강연도 하고 공연도 한다. 틈틈이 기타도 배우고, 아이들도 가르친다. 일주일 꼬박 일정을 채워 사람들을 연달아 만나기도 한다. 에너지가 그리 큰 사람이 아니라 평소 이렇게 일이 몰리면 대번에 지친다, 힘들어, 다 그만둘까, 수 없는 번뇌에 시달리곤 한다. 그런데 내 입으로 “재밌다.” 는 표현을 했다. 바쁘고 지치는 건 틀림없는데 그런데도 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건가? 왜 나는 지금 즐거울까.
나는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충족감”을 느끼고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꾸역꾸역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벅차게 하고 있다. 나를 갉아먹는 일이 아닌 나를 채우는 일을 하고 있다.
요즘 "N 잡러"가 유행이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본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자신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이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다양한 돈벌이를 가진 사람을 N 잡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도 어쩌다 보니 N 잡러가 되었다.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하는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어서 한동안 답답한 시간을 보낸 10년 차 전업주부. 이렇게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하자며 박차고 나와 찾아간 곳이 독서모임이었고, 3년도 채 안돼서 좋아하는 일을 다양하게 하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처럼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누군가를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지금부터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비밀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급 기밀이니 어디 가서 소문내지 않기로 약속할 수 있는 사람만 이 글을 봐주길. (크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기 위한 첫 번째는, 남이 아닌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한다. 사람은 아주 이기적인 동물이어서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희생하지 못한다. 뭔가를 시작할 때, 그 일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나여야 한다. 어줍지 않게 누군가를 위한다는 거창한 이유를 대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그런 당위성이 내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내가 리딩 하는 모든 모임은 내 습관을 유지해주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 시작했었다. 스스로 이 일로 손해보지 않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껴야 지속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덜 힘들어야 한다. 너무 애쓰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돈이 될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순간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상을 기록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던 블로거 A에게 누군가 고액의 원고료를 지불하며 홍보 글을 부탁했다. 그저 취미생활이었던 블로그가 수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A는 이제부터 시시한 일상이 아닌 돈이 될 것 같은 기록을 하기 위해 애를 쓴다. 하루 끝 즐거운 글쓰기는 이제 일이 되었다. 꾸역꾸역 뭐라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일이 돈이 될지는 몰라도 더는 이전만큼 즐겁지 않다.
마지막으로 주도권이 나에게 있어야 한다. 일의 시작과 멈춤의 선택권이 나에게 있어야 좋아하는 일로 남을 수 있다. 나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누군가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면 더는 그 일이 좋아하는 일로 남을 수 없다. 그 일로 사람까지 함께 잃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내가 바쁘지만 즐거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덜 힘들게, 주도적으로 하면서 소소한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비밀을 난 알지 못한다. 큰돈을 벌려고 욕심을 내는 순간, 좋아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로 남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결국,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려면 그 일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면 안 된다.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하기보다, 그저 좋아하니까 한다는 마음이어야 한다.
마음과 시간을 담으니 충만감이 돌아왔다. 내 일상에 비로소 따뜻한 불이 켜지는 느낌이다. (무빙 세일)
무빙 세일의 글귀처럼 좋아하는 일에 내 마음과 시간을 온전히 담고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 나를 갉아먹는 일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것이 내 성공이나 돈벌이에 더 유리하다고 할지라도,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이 즐거움을 나누면서,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나를 채워가는 삶을 살고 싶다.
꼭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아야 할까? 결과나 돈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용기, 미치게 즐거운 일을 할 때의 에너지는 무엇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엄청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는 중이다. 혹시 또 모르지. 즐거워하는 이 일이 먼 훗날 나에게 "떼돈"을 벌어다 주는 행운이 될지도. 그런 거대한 욕망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사는 일.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