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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작가 Oct 07. 2021

괴산 작은 숲속 책방을 다녀오다.

집에서 책방을 여는 것이 가능할까요?

집에서 취향을 공유하는 것의 현실 가능성을 알았다. 다만 일시적인 취미생활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업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날들이었다. 전업주부의 일터이자 직장인 거실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던 어느 날, 남해의 봄날 출판사의 신간 소식을 보고 책의 소개를 읽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숲속책방 천일야화>는 서울에서 10년 동안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던 작가님이 농촌으로 이주해 작은 책방을 연 이야기였다. 도시도 아닌 시골의 한 외딴 마을에 열린 가정식 책방 스토리는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이미 그 길을 간 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당장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아이 셋을 데리고 괴산으로 향했다. 괴산은 생각보다 멀고, 생각보다 더 시골이었다.

"엄마 왜 이름이 괴산이야?"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한 건 나뿐이 아니었다. 괴물이 많이 나오는 산이어서 괴산인가? 아이들을 놀릴 마음으로 우스갯소리를 던졌는데 괴산에 도착하자 아이는 말했다.

"엄마, 여기는 괴물이 없어서 괴산이야."

 느티나무가 많고 빼어난 산수절경 덕분에 붙여진 괴산이란 지명답게 아이와 나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동네에 절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꼬불 길을 한참 가도 나오지 않는 동네에 책방이 있다고? 이런 곳에 사람들이 책을 사러 온다고? 의아함이 가득할 때쯤 전원주택 단지 초입에 위치한 분홍색 가정집이 빼꼼 보였다. 숲속 작은 책방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마당에 들어섰다. 책에서 읽었던, 부부가 가꾸는 정원과 책 읽기 가장 좋은 명당이라는 해먹과 책방 마스코트인 고양이들이 보였다.





현관문을 슬며시 열고 들어가자 좁은 거실 가득 책이 있었다. 그리 좁은 거실은 아니었을 텐데 책이 가득 차있다 보니 그랬다. 주방 한편에 계산하는 곳이 있었고, 안방은 부부가 거주하다가 지금은 거기까지 책을 비치했다고 하셨다. 2층은 북 스테이 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으로 열었다. 내가 꿈에 그리던 모습 그대로였다. 주방도 실제로 살림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세상에, 여기다 여기야! 어떤 것도 인위적인 것 없는 가정집.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정식 책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조심스레 책방지기님께 책을 내밀며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 사인받고 싶어요. 사진도 한 장 찍고 싶어요......."

쑥스러워하시는 책방지기님과 어색한 조우를 한 후 슬쩍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사실 저도 집에서 책방이 하고 싶거든요..."

"아니 왜 책방을 하려고...?"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굳이 하려고 하느냐는 그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서점 학교 강의를 들어보기를 권유하셨다. 나라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으로 서점 경영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꿈이 현실이 된 곳을 만나는 동시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집이라는 공간에서 책방을 열기 전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정리해 보자.


첫 번째, 가정집에 책방 사업자를 내는 것이 가능할까?

숲속책방지기님은 자신이 서점을 낼 때는 그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법적으로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전주의 책방놀지 대표님도 그런 조언을 해주셨다. 서점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지만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우선 우리 집을 주소지로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건강 보험료 및 기타 세금을 확인해보자.

현재 나는 주부이기 때문에 남편의 직장 의료보험에 피부양자로 되어있다. 사업자를 낼 경우 지역 의료보험으로 바뀌게 되는데 그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집에서 책방을 낼 경우 유지비는 따로 들지 않지만 보험료 등 기타 세금으로 내야 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세 번째, 수익화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해보자.

집을 책방으로 바꿨을 때, 아무래도 가족들이 겪는 불편이 있다. 편안하기만 했던 집이 불편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책방을 하는 이유가 돈은 아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수익화가 되는지에 대한 가능성,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새로운 제안, 좋아하는 일로 삶을 가꿔나가고자 하는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일이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전혀 돈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대단한 가치를 가졌을지라도 지속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할지, 그 이상을 확장시킬 방법은 없을지. 다양한 수익화 루트를 찾아봐야 한다.


누구든 돈이 안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이유가 있을 테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시해야만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내가 당장 점포를 얻지 않고 집에서 시작 하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에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엄마의 자리를 지키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랄까. 그러니 오늘은 무조건 응원만. 나에겐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당신의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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