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우연히 오고, 운명은 선택한다.
Yes로 답하는 인생
몇 달 전, 우연히 온라인에서 알게 된 이웃이 남한산성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왔다며 자주 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말이 씨가 됐는지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커피숍을 전전하며 만났다. 3개월 정도 어떤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그저 만나서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나눴다. 아주 의미 없이 수다만 떠는 만남은 아니었다. 우리는 함께 나누던 이야기 속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 속에서 서로의 콘텐츠를 발견했다.
“우리, 이거 책으로 한 번 써보면 어때요?”
그녀는 단 기간에 책 두 권을 낸 저자였고, 나는 한 권의 책을 쓴 이후 다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던 상태였다. 만약 처음부터 책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 나는 이 만남에 쉬이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책을 써야 할 이유도, 주제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불도저처럼 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어영부영 밀리다 보니 어느새 노트북 앞에 앉아서 출간 기획서를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다. 내 두 번째 책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롯이 다른 사람이 발견한 강점에 의해서, 한 번도 써야겠다거나 써보고 싶은 주제가 아닌 것으로. 처음엔 이런저런 고민들에 마음이 번잡했다. 내가 왜 이 책을 써야 하지? 의문이 가득했다. 그런데 덜컥 첫 번째 책 보다 좀 더 좋은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고, 이 원고를 쓰면서 새로운 플랫폼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가 전혀 예상한 바가 아니었다.
기회는 우연히 오고 운명은 선택한다.
올 한 해를 찬찬히 뒤돌아 보니 나의 한 해는 딱 이 말과 같았다. 미친 듯이 뭔가를 하려고 애를 쓰거나 거대하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들, 마음이 동하는 일들을 했다. 거대한 욕망을 가지고 달려들지도 않았고 소소하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왔다. 그러는 순간순간 기회는 나에게 찾아왔다. 그 기회는 화려한 옷을 입고 올 때도 있었고, 너무 평범해서 기회인지 조차 모르게 올 때도 있었다. 어떤 옷을 입었든 나는 매번 그 기회들을 거절하지 않았다.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같이 흘렀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팀 라이트 활동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모임에 들어올 때 무언가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내 삶의 반경이 워낙 좁다 보니 그것을 확장하고 경험할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 와서 여러 가지를 간접 경험하고 있다. 두 번째 책을 쓰게 된 결정적 확신을 이곳에서 얻었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열심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꺼져가는 초심을 발견하기도 했다. 리더가 가져야 하는 결단에 대해서도 배우고, 열정과 책임의 무게에 대해서도 배웠다. 이것을 통해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무엇을 얻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보다는 그저,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할 뿐이다. 이것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누구도 모른다.
어떤 기회의 순간 앞에서, 혹은 그것이 기회인지 조차 모르는 순간 앞에서 사람들은 애써 고민한다. 무엇이 나에게 더 좋을지 양 손에 두 가지를 놓고 무게를 잴 때도 있고, 선택한 이후의 실패를 미리 예감하며 한 발을 뒤로 빼기도 하고, 나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거절을 하기도 한다. 이런 하나하나의 선택이 쌓여 내 운명이 된다. 나는 대체로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할 때 No를 하지 않는다. 그것이 최악으로 나에게 나쁜 선택일 것 같은 순간이 아니라면, 그리고 여태까지는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없었다. 그 순간들은 계속 나를 좀 더 좋은 곳으로 데리고 왔다.
어쩌면 삶이 우리에게 주려는 것이 우리가 애써 얻어내려 하는 것보다 더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마이클 싱어의 <될 일은 된다>를 보면 나오는 말이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그것이 좋은 기회인지 나쁜 기회인지 선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선택한 자만 그 결과를 알 수 있고, 그 열매를 취할 수 있다. 나는 이왕 살아보는 인생, 더 많이 선택하고 더 많이 받아들이며 살 예정이다. 삶이 나에게 주려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내년에도 이 같은 글을 쓸 것이다.
나는 올해도 예스로 답하며 한 해를 보냈다.
@글 쓰고 노래하는 엄마, 나날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 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 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11월의 주제는 '나의 한 해를 돌아보며 쓰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