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의 진화는 진행 중

by 빛작


엄마는 생각의 밭이 넓은 편이야. 복잡 단순한 삶 속에서 늘 깨어 있으려고 촉을 세우고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


누가 봐도 내성적인 엄마는 말수가 적고,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비축하는 성향이야. 여럿이 모이면 말을 많이 한다기보다 주로 듣는 편이지.

상대방 이야기에 이입돼서 사람마다의 다양한 면을 접하는 간접 경험에도 촉이 작동함을 느껴. 경험의 교집합이 생겼을 때나 성향이 반대인 상대를 만난다 해도 그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지.



경험과 관심의 촉이 많다는 것은 특히나 글을 쓸 때, 다각적으로 사유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고는 해. 하지만 종종 글을 전개하는데 방해가 된 적도 있어. 주제와 맥락의 줄기를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 것을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어려워질 때가 있었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건 천재이고,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바보라는데... 아마도 엄마는 후자이지 않았을까. 생각의 근원이 되는 인식에 빠져 함몰된 적이 있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엄마는 요즘... 생각을 재정비해보려고 해. 5시부터 7시까지 하는 새벽독서시간에 말이야. ‘글’이라는 아웃풋을 내기 위해 인풋을 늘려야겠다는 처음의 목표에서 이제는 낡은 생각들을 밭에서 뽑아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



관심사와 생각의 '뿌리' 중에 너희에게 물려줄 가치가 있는 것만 골라야 한다면 과감히 뽑는 것이 맞으니까. 새로운 생각을 함께 심는 노력도 필요하고 말이지.



빛작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제는 알람 소리 대신 꿈에서 이 질문을 듣고 잠을 깼어. 엄마가 1월부터 시작한 새벽독서 시간에 리더작가님이 묻는 질문이야.. 새벽독서는 줌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다 보니, 듣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엄마는 토론 시간에 학교에서 발표하듯 긴장하면서 생각을 이야기할 때가 많아. 인문학을 접하게 되면서, 여러 작가님들의 사유를 주의 깊게 듣다 보면 엄마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하면서, 마음에 와닿는 사유, 정신을 깨우는 문장을 메모도 하지. 엄마가 읽고 있는 책과 연관 지으면서 엄마의 것으로 만들어가느라 다시 생각이 많아지지만 ㅠㅠ



생각 씨앗을 새로 심고 있는 요즘, 엄마는 낡은 엄마에서 새로운 엄마로 거듭날 것임을 믿어. 당장에는 바뀌기 어렵겠지만 점진적으로 변화할 수 있겠지?



자기 타성에 빠지지 않으려는 다짐을 이제야 하고 있지만 알아차릴 수 있어서 다행으로 여기려 해.



진정한 엄마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에 감사하고, 의식 속에서 배우고 성숙해지는 엄마를 기대해보려고 해.



배운다는 것은 차이를 안다는 것(주 1)이라고 했어. 점진적으로 판단의 기준을 새롭게 새겨 나가려고 해.



깨고 깨트리고 깨닫는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싶어.

매일 조금씩 생각의 밭을 정돈하고 가꾸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멋진 엄마를 기대해도 좋아.



- 날마다 한 가지씩 새로운 것을 배우며 나이 들고 싶은 엄마가-



주 1>. 보도 섀퍼, 돈


[빛작 연재]

월 7:00a.m. [엄마가 쓰는 유리병 편지]

화 7:00a.m. [엄마가 쓰는 유리병 편지]

수 5:00a.m. [새벽독서로 마음 챙기기]

목 7:00a.m. [엄마가 쓰는 유리병 편지]

금 7:00a.m. [엄마가 쓰는 유리병 편지]



keyword
이전 17화이유 있는 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