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 마음에 가 닿고 싶다 3편

나쓰메 소세키 "마음"의 다른 이야기를 상상해 본다.

by 나날

나쓰메 소세키 "마음"에 대한 마지막 글이다.

1편에서 소설 "마음"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보이지 않는 마음과 쓰이지 않은 이야기에 대한 상상을 썼고, 2편에서는 그렇게 상상해 본 이야기를 풀었다.

마지막 3편에서는 내가 그런 이야기를 상상해 본 이유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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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사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스무 살 때 읽어보았다.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잘 모르겠지만 꾸역꾸역 읽어 내려갔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며 내가 거의 모든 장면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때 '다 읽었다.'라며 괜히 뿌듯해했던 기억마저 없었다면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을 정도로 모든 장면이 새로웠다.


처음 <마음>을 읽었을 때, 나의 솔직한 심정은 '그래서 어쨌단 거지?'였다. 감정의 결이 당시의 내가 느끼기에는 너무 미묘하고 모호해 와 닿지 않았다. 다 읽은 후에 남는 것은 '모르겠다.' '답이 없다.' 정도였다.

실은 그게 소설이고 문학이겠거니 싶다. 말로는 구체적인 형태를 잡을 수 없는 것들. 그러나 거기에 분명 존재하는 것들. 다만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다가가는 것, 설사 어떤 답을 내려주지 않을지라도.


또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며 그때는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감정이 실은 행동과 말로 풀어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도 연애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들을 포착해내야 했던 경험이 당연하게도 같은 소설을 읽는데 반영이 되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 답답한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답답한 무언가가 남았다.


남편과 친구, 남편과 학생 사이의 묘한 연결고리는 다시 읽으면서 퍼즐이 맞아가듯 하나하나 그림이 연결되었다. 다만 아직도 회색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아내.


아내의 모습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마치 정물처럼 그려진다. 사랑하고 같이 살면서도 아내의 내면에 한 걸음 들어가 보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내 옆에 있고, 나의 과거를 반추시키고, 과거의 어둠으로부터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과연 몰랐을까?부터 상상해보다

과연 아내는 아무것도 몰랐을까? 과거 이야기 속 남편이 관찰한 장면에서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어딘가 함께 외출했다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한데, 과연 자신에 대한 친구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알았다고 상상해 보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은 상대의 마음만 갖고는 알아채기 쉽지 않다. 날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을 알아채는 순간 비로소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지 시작한다. 내가 누군가를 어느 순간부터 의식하고 있고 그전에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자꾸 생각난다는 내 마음과 마주하는 순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소설에서 자세히 드러나진 않지만 아내가 친구와 웃으며 이야기하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느꼈다고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항상 한 군데로만 흐르진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결심했고 그 결심으로 인해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는 자책감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 역시 남편에게 그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아내에게도 분명 결핍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남편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 아닐까? 아내는 자신의 반쪽을 철저하게 죽이고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에게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여기까지 상상해 보고 나니, 더 마음이 쓰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소설의 화자인 학생. 그는 과거의 이야기와 전혀 접점이 없지만 선생님에 대한 호감 때문에 그를 알게 되고 그가 남긴 이야기 역시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목숨을 끊으려 한다.


왜 선생님(남편)은 그에게 이 이야기를 남기고 죽음을 택한 것일까? 학생에게서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고 세상은 생각보다 악의를 가진 사람들, 언제든 나에게 돌아설 수 있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고, 결국 자기 자신도 다르지 않다는 것, 당신 역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일까?


남겨진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아내. 나는 이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 <환상의 빛>은 철저하게 남겨진 사람이 그리고 있는 이야기이다. 갑자기 왜 남편이 자살을 했는지, 남겨진 아내는 알 수 없고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마음 한 구석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 빛을 하나 비춰주고 싶었다. 자신이 모든 걸 알고 있고 그렇기에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할지라도 세상은 내가 모르는 부분, 드러나지 않은 마음, 아직 쓰이지 않았을 뿐 거기에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부서지고 흩어지더라도 남은 마음을 그러모아 살아가야 한다고. 그 전에도 우리는 완벽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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