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에서 느껴지는 풍요로움
최근 에세이집을 읽을 기회가 많았다. 우연히 최근 읽은 에세이집 2개의 공통점이 있다. "난다"라고 하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고, 시인이 쓴 산문집이라는 것.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과 허수경 시인의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에세이집이어서 그런지 같이 읽다 보니 같은 결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책의 제목. 두 권 모두 책에 쓰인 글의 한 문장이 제목이 되었다.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제목만 들으면 매우 서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제로 이 문장이 쓰인 맥락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를 조용하지만 호되게 꾸짖는 느낌이다. 궁금하신 분들을 꼭 읽어보시길.
시인이 쓴 산문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공통점도 있다.
문장과 글의 호흡. 2,3페이지 내외의 짧은 글에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와 사유가 전개된다. 산문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디테일이라는 명목으로 말이 길어지고 중언부언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들을 읽어보면 짧고 명료한 문장으로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다 보면 의미가 얄팍해지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짧고 명료한 문장들은 단순히 한 가지 의미만 실어 나르지 않고 그 안에 도톰한 사유의 층을 머금고 있다. 읽다 보면 문장들이 불러일으키는 나만의 사유를 한 방울씩 따라보게 된다.
그런 문장을 쓰고 싶다.
책을 읽고 "진주"행 기차표를 애매했다. 다음 주말에 남쪽으로 떠날 것이다. 갈 때는 허수경 시인의 시집을 한권 갖고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