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이대로 가면 괜찮을까
오늘의 나는 코로나19로 바뀐 일상과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식들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이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우리에게 무슨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본다.
떠오른 책이 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이 책은 내게는 매우 생소한 "빅히스토리"라는 것을 다루고 있다.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가 아니라 더 먼 과거로 올라가 인류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서술한다. 당연히 그 과거를 직접 본 것이 아니므로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느 단계에 있는가, 질문해 보게 만든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유발 하라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중 하나인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해왔는지 설명한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문명을 이루고 살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구에는 동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한마디로 다양한 종 중에 하나인 인류가 다른 종들을 지배하는 듯한 구조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에 대한 대답으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신, 국가, 돈, 인권 등을 믿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서로 힘을 합치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바로 종교, 정치 체제, 교역망, 법적 제도 등이 그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종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종들과 함께 힘을 합치는 능력 때문에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며 현재 문명을 이룩했고 이제 이들이 향하는 곳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마지막 주장은 일단 논외로 하고 지구에 살고 있는 종의 하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 여기까지 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바로 그 종에 속해있지 않은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인간이 새로운 힘을 얻고 그것을 활용하여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모른다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 구축한 문명은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그렇지 않다. 과학과 시스템의 발달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그래서 인간에게 행복이란 가치는 개개인에게 환원되며 영속적으로 향유할 수 없는 "유니콘"과 같은 어떤 것이다. 궁극적이고 영속적인 행복이란 없다.
그렇다면 인류는 이 획득한 힘을 어디에 써야 하는가?
"지구 상에서 함께 공존"하는데 써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지구라는 터전에서 살고 있다. 이 터전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동식물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연과 공존하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맛있는 음식, 충분한 수면과 건강, 무엇보다 내가 혼자 있지 않다고 느끼게 해주는 다른 생명체들. 이 생명체들에는 가족, 친구와 같은 사피엔스도 포함되어 있지만 다른 것들도 있다.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의 존재. 아침에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것,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 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이 나를 스치는 감촉. 이것들이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고 행복감을 준다. 그 모든 것이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느낀다.
후자의 것들은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자연에 속해 살고 있지만 우리가 만든 다른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결국 자연이란 것을 잊고 살아가곤 한다. 그러나 인공적인 것들에 지칠 때 우리가 눈을 돌리고 마음에 안정을 주는 것은 자연이다. 나 역시 이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요즘 인류라는 종이 당연하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이 터전을 파괴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괴롭다. 내 삶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소비하고 살아간다. 이는 곧 인류에게 필요한 것 이상을 생산하고 또 버리고 있다는 말과 같다. 인류가 아닌 다른 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서 사라져가고 있는데 말이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만든 여러 시스템이 위태롭다. 시스템의 위태로움 이전에 생존이라는 문제가 걸려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서로 협동하는 능력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 능력이 시험받고 있다. 서로 거리를 두게 만든다.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힘을 합쳐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나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길 끝에 인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질문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진 힘으로 단순히 성장만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