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필요하잖아
마곡사를 가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백범 김구 선생이 한때 머물렀다는 곳을 보자
기억의 저쪽에서 비슷한 설명을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이었던가 마곡사 템플스테이를 하려고 예약했었다.
하지만 일이 생겨서 가지 못했다.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세계문화유산 마곡사라는 안내판에 마음을 빼앗겨
언젠가 저 절도 들러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정식 초대 따위는 있지도 않지만,
오라고 하지도 않지만,
항상 스스로 발심은 잘한다.
그 마곡사 템플스테이에 다녀왔다.
때는 섣달그믐과 음력 새해.
산사에서 맞이하는 설날은 난생처음이었기에
예약도 작년 12월에 완료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태화산 자락에 위치한 마곡사는 공주에 있다.
그 알밤으로 유명한 공주, 맞다.
귀성 차량에 맞물리기 싫은 마음에 7시가 되기 전에 출발했고
크게 막힘없이 공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체크인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입실시간인 13시 40분까지는 여유가 있는 시각,
공주대학교와 붙어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너른 캠퍼스를 보며 커피를 마셨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었는데 2층 내가 앉은자리에서는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여기가 귀성 정체를 겪고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산사가 그렇듯이 산에 둘러싸인 것처럼 자리 잡은 마곡사는
동서로 천이 가로질러 절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쪽에 있는 영산전은 세조가 쓴 현판을 가지고 있는 기도처로
기도발이 좋다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음, 기도발은 모르겠고 세조가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은 한눈에 봐도 알 정도였다.
절은 고요하기만 했다.
오가는 차량도 없고 수량이 줄어든 천도 흐르는지 안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살얼음 밑을 흐르고 있었다.
마치 진정한 새해가 오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템플에 오면 확실히 속세와는 다르다.
그래서 템플을 찾는 건지도 모른다.
템플과 속세의 시간표는 같을 수 없다.
템플은 일찍 자고 너무 일찍 일어나는 리듬이다.
4시 반에 새벽예불로 시작하고
정해진 시간이 아니고서는 밥을 먹을 수 없다.
근처에 편의점 없다.
주전부리 없다.
TV 없다.
대신 고요가 있다.
맑음이 있다.
평온이 있다.
쉼이 있다.
멈춤이 있다.
생전에 안성기 씨가 유니세프인가 홍보대사를 할 때
아프리카 어린이가 화면에 나오면서
'이 어린이가 배부르다는 느낌을 알까요.'
라는 내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
그 광고가 나올 때마다 배고프다는 느낌을 잘 모르는 나는
혼자 괜히 뜨끔해서 채널을 돌리곤 했다.
하지만 템플에서 나는 '결핍'을 느낀다.
불편함을 경험한다.
부족함이 무엇인지를 바라본다.
쉴 새 없이 움직였던 뇌와 위를 쉬게 한다.
특히 위를 쉬게 한다.
풍요의 시대, 결핍을 깨닫게 해 준 시간에 감사하며
올해는 매주 한 개씩은 물건을 정리할 결심을 한다.
뜻대로 안 될 수도 있지만
오늘도 당근 거래를 하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