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는 프리스타일

by 루시

'전 땡퇴를 안 하거든요.'

왜요?

라는 의문이 바로 떠올랐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나와 이웃한 50대 아재가 그 말을 약간의 자부심을 담아서 내뱉었기 때문이다.


땡퇴란 무엇인가?

일단 9-6의 6시가 되면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라진다고 업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 내 업무는 특성상 물리적인 자리를 가리지 않고

모바일이 있는 한은 그냥 계속된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도 있다.

회사 이웃인 그의 경우는 어떤가?

딱히 회사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만 일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그와 나는 그 외에도 다른 점이 많다.

혼밥도 아무 상관없는 나와 달리 그는 밥친구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수평 조직이라고 해도 하이어라키의 아래에 있는 친구들은

그래서 그의 점심을 챙긴다.

아랫사람들이 찾아오는 빈도도 나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다.

가끔은 그냥 안부를 전하러 오는 예의 바른 사람들도 있다.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지만

나의 회사 이웃은 휴가도 잘 쓰지 않는다.

'나 작년에 휴가, 한 번도 안 갔잖아.'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나는 또 물음표가 생긴다.


물론 50대 아재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경험을 반추해 보면

나의 이웃과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은

남자가, 그중에서도 50대 이상이 좀 많은 편이다.


업무의 열정은 자리 지키기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성과로 증명되는 것이다.

오히려 적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을 능력자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업무 스타일도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다.

어떤 사람은 나의 회사 이웃처럼 자리에 오래 있고 싶어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정해진 시간에 인텐시브 하게 업무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이 맞고 틀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의 스타일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업무 스타일을 평가하지만 않는다면 좋겠다.

이웃한 그가 야근하지 않는 사람들을 은근히 깔 때

듣는 나는 그래서 은근히 불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