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금기숙 작가님의 특별전 안내가 거리의 가로등을 휘감을 때,
저건 꼭 가봐야겠구나 싶었다.
아름다웠다.
환상적이었다.
게다가 바로 코앞에서 하고 있었다.
안 가볼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그렇게 가보겠다던 전시를
거의 마지막 날에야 가서 보게 되었다.
아름다웠다.
환상적이었다.
황홀했다.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이상적인 몸의 실루엣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바로 그 실루엣이.
딱딱한 소재로 작가는
한없이 부드러우면서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듯한 작품을 완성했다.
좋은 작품이 그렇듯이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에는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잠시 다른 세계를 유영하고 온 기분,
그건 좋은 작품의 순기능이다.
전시회장을 나오면서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저런 몸매였던 적이 있던가.
물론 꿈꿨던 적은 있었다.
식욕이 없던 아홉 살까지는 나도 나름 일자 몸매를 자랑했는데
10대를 거치면서 식욕은 돌았고
중고등학교 시절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남들은 다 살이 쭉쭉 빠진다던 대학교에서도
살짝 부은 기가 빠진 정도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힘들었던 건지,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지
살이 빠졌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식사와 멀어졌고
작가의 작품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은 시기도 있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음의 효과 때문인지 날씬해 보인다.
슬림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1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 몸무게 3~4킬로그램 늘었다 치자.(너무 너그럽나?)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래도 아직 표준 몸무게가 맞고
BMI 지수도 표준을 벗어나지 않지만
표준은 표준일 뿐,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맞은 나의 몸은 '부'풀어 보인다.
그 옛날 어머님들이 왜 사진을 찍으면 옆으로 몸을 돌렸는지
절절히 이해가 되면서도
옆으로 돌려세워도 부푼 몸이 각도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 사진을 보면서 확인한다.
금기숙 작가님이 보여준 환상적인 실루엣은
신데렐라와 백설공주의 드레스와 같았다.
잘록한 허리와 날씬한 환상적인 실루엣이 탄성을 자아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실루엣을 나에게 내려달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아주 현실적인 것이다.
배가 나와서 바지든 치마든 하의를 새로 사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자꾸만 나오는 배를 보면서도
이 정도가 병은 아니고 정상 범주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바라는 것도 아니다.
나름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9시 즈음에 하던 저녁 식사를 그릭요구르트로 바꿨고
저녁에 과자를 먹어야 직성이 풀리던 것을 멈췄다.
이 2가지를 하는 데에도 그야말로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사진에 찍히는 부풀어 오름은 그냥 단념하기로 했다.
그건, 인력으로 안된다는 것을 쿨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수고한 내 몸에게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타인에게 자랑할 작품은 안되더라도
나를 위해서 항상 애써준 좋은 작품인 몸에게 나는 오늘도 사랑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