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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May 05. 2024

우측 핸들 잡아볼래요?

무수히 남아 있는 생애 첫 도전을 향해서

이번 여행처럼 여행을 간다는 실감이 안 난 적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준비를 너무 안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일 수도-.-;

목적지는 이웃나라 일본.

그러기에 방심했던 것일 수도.

하지만 방심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히 있었는데 

바로 난생 처음 '우측 핸들' 운전이라는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해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좌측 핸들이었다.

우측 핸들이라.

친구가 뉴질랜드에서 해본적이 있다기에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나도 운전을 할 거면서 너무 안이한 대처였다.


친구와 같이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하러 가서 안 사실.

"나 우측 핸들 처음이야."

"엥? 일본 운전이 처음이라는 거 아니었니?"

서로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다 친구의 잘못된 기억을 고쳐주고;

괜찮을 거라며 민원실을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안이하게 우측 핸들 운전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찾지도 않은 채

그렇게 나리타에 도착했다.


그리고, 클룩의 렌트카 사무실로 가는 차안에서 열공을 했다.

음, 와이퍼와 딸깍이가 반대구나.

온라인상에는 와이퍼를 백번 켰다는 얘기가 태반이었다.

그것만 조심하면 되나?

우회전시 크게 돌고.

그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어.

보험도 들었어.

다행히 날씨는 겁나게 좋았다.

후지산이 우뚝 보일 정도로.


뉴질랜드에서라도 우핸들 운전을 했던 친구가 먼저 운전 시작.

그런데 자꾸 좌측으로 붙는다.

이게 내가 운전할 때에도 그랬는데 아무래도 좌핸들 운전자들의

습관이 그대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친구도 서로가 서로에게 사인을 해줘야 했다.

'지금 자꾸 좌측으로 너무 붙고 있구나~'

그러면 다시 운전자는 차를 우측으로 붙인다.


그리고 머리로는 딸깍이와 와이퍼가 반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이 자동으로 와이퍼로 간다. 화창하고 맑은 날씨에.

그럴 때에도 우리는 서로를 주의줬다.

'와이퍼의 손은 내리렴.'

ㅎㅎ

혹은 왼쪽으로 올라가는 친구의 손을 잡아서 내려줬다.


일본은 우회전 신호가 없다. 비보호 우회전이다.

그들의 에티켓은 직진하는 차가 전조등을 켜준다. 그럼 우회전해서 지나가라는 신호다.

우리나라에서 끼어들기 하면 뒷차에 비상등을 켜서 감사표시하는 로컬 에티켓이 있는 것과 같은 거였다.


당연히 도쿄에만 있을 거였다면 렌트따위 필요없는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벚꽃만개 구경이라는 원대한 원을 세우고 일본에 간 참이었다.

나가노쪽으로 가면 있을지도 몰라. 마츠모토로 가자.

하지만 기대했던 마츠모토는 아직 개화전.

목요일에 본 마츠모토 정원의 벚꽃. 일요일에 만개 예감

혹시, 호옥시 타카토쪽을 가볼까?

그래 차도 있는데 가보자.


렌트 여행의 좋은 점이다.

계획을 즉석에서 변경해서도 어디든 갈 수 있는 기동성.

그래서 간 타카토 성터의 벚꽃은 장관이었다.

여기 오지 않았다면 벚꽃은 역시 석촌호수라는 말을 할 뻔했다.

우리나라 벚꽃이 천변을 따라서 있다면

여기는 그야말로 군락.

저 멀리 일본의 알프스 산맥의 설산이 보이는 가운데

벚꽃 무더기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가본적도 없는 극락 생각이 스으윽 올라온다.

일본인들이 벚꽃 시즌에 돗자리 깔고 음식을 즐긴다는 말이,

그리고 왜 그걸 그렇게 기대하는지 단박에 이해가 가는 풍경.

우리도 렌트카 반납 시간만 아니었다면 거기서 널브러져 있었을 거다.

하지만 여행자는 그럴 수 없는 일.

아쉽게 돌아섰지만 초절정의 벚꽃을 봤다는,

소기의 목적이 극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한 흥분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꿈꿀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 대중교통 이용보다 신경쓰이는 일도 있다.

주차장을 찾아야 하고 낯선 곳의 운전 로컬룰에도 익숙해 져야 한다.

좌측 핸들에 익숙한 우리가 우측 핸들을 잡고 헤맨것은

깜박이의 위치는 물론이고 좌측으로 너무 붙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좌회전하면서 시선유도봉과 부드럽게; 접촉되었고

친구는 수도고속도로에서 좌측 차량과 부드럽게; 접촉되어

우리차의 리어도어가 접혔다.

비상등을 켜고 서로 차량에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출발해서 다행이었지

수도고속도로의 정체 유발자에 경찰서 조사까지 번잡스러운 일에 휘말릴 뻔했다.

이렇게 두번의 부드러운 접촉은 반납시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으나

나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이렇게 접촉유발자는 당분간 정신이 없다.

혼이 나간 것이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친구가 있다는 건, 동반자가 있다는 건 그래서 의지가 된다.


다음 번 우측 핸들 운전시에는 더 자신있게 우측으로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뉴질랜드나 영국이나 호주에서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전이라는 것도 이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을 흥분시키고

새로운 경험은 우리를 설레게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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