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으로 안 되는 건 안되는 것
마음에 맞는 미용사를 만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저 사람의 머리가 좋아 보여
그 선생에게 가도 내 마음에 들 확률은 반반이다.
머리를 특별히 잘 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다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그런 헤어 디자이너를 만날 확률을 높이겠지만
나처럼
될 수 있으면 손 안가고
손질하기 간편한 걸 선호하고
머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미용실에 가는 횟수가 줄어든다.
염색을 수시로 하기 때문에
뭔가 더 화학적인 것을 들이붓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컷트를 나에게 어울리게-
정도가 나의 기준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작년부터 다니고 있는 미용실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그녀는 1인샵을 운영한다.
인기가 엄청나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예약 선택을 할 수 있다.
듣자하니 미용사라는 직업도 물 들어올 때 '바짝'하는 직업이란다.
(동네 가면 연세드신 미용사분들도 볼 수 있는데 그 분들은 쉬엄쉬엄 하나보다.)
30대인 그녀의 장점은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해준다는 거다.
4명의 스타일을 봤는데 한 명 빼고는 모두 어울렸다.
작년 11월에 아주 짧은 단발을 감행한 나는
뭘 해도 머리가 엉망으로 보이는 '거지존'에 돌입했다.
3월부터 서로 시간을 조율하다 지난 4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이 마지막 부분이 좀 안 뻗쳤으면 좋겠는데요."
나는 파마를 해서 뻗치지 않는 단발을 원했으나
그녀는 딱 잘라 말했다.
이 길이에서는 파마를 해도 뻗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아 그런가. 이 길이의 뻗침은 운명인건가?
거지존을 묵묵히 견디는 수 밖에 없는 거?
사실 지난 두 달도 묵묵히 견뎌온 거였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당황한 나에게 그녀는 그나마 덜 뻗쳐보이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컷과 부한 느낌을 덜어줄 매직 스트레이트를 권했는데......
결과는 증상의 호전 정도다. 완치는 결국 머리가 기는 수 밖에 없는 것.
여름에는 더워서 묶어야 한다. 그 대전제가 있기에
나는 앞으로도 두 달은 거지존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그녀의 장점은 소신있게 말한다는 것이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파마로 해결이 안되는 길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