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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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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나 Apr 17. 2021

02. 빠이의 밤

Thailand pai / 태국 빠이

빠이의 밤은 자유롭다.

여러 취향들이 존중 받는다.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던 텅빈 작은 작은 골목들이 밤이 되면 신기하리만큼 사람들로 꽉 찬다.


나는 꽤나 독립적으로 혼자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겁이 많았다.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음악을 듣고, 혼자 춤을 추고, 낯선이가 거는 대화에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사실은 배울 의지 조차도 없었다는 말이 맞다.

그때의 내 여행의 목적은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2월의 빠이는 저녁이 되면 꽤 춥다.

내가 애정했던 메인스트릿 끝자락쯔음에 있는 찻집

매일 이곳에 진저티를 마시러 왔다.

빠이에 온 첫날, 혼자 멍해짐을 느꼈다.

아직도 처음인것들에 두려움이 너무 많아


내가 한달살이를 하러온 은정언니를 처음 만난것은

"나 빠이가 너무 좋긴 좋은데, 대체 어떻게 누려야할지를 모르겠어" 라고 느낄때쯤이었다.

내가 묵는 하루에 80바트 하는 값싼 방갈로 호스텔은 밤에는 별이 쏟아지고, 대부분 히피들이 장기투숙을 하는 장소였다. 너무 평화로운 대신 모든 시설을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인이 묵를래도 묵을수 없는 호스텔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한국말이 들려서 꽤나 놀랐었다.

언니는 여기에 묵진 않지만 이 호스텔이 나이스한 장소인걸 알고 있었다.

나는 언니가 너무 반갑게 느껴졌지만 언니는 아니었을수도 있긴하다.

12월 성수기의 빠이는 길에서도 한국인을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기에





MOJO CAFE


빠이에 와서 모조카페를 가지 않는다면 빠이를 모르는것이라고 나는 늘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사랑에 빠졌다.

내가 사랑에 빠진 그사람. 데킬라샷. 그리고 음악을 함께 즐기는 댕댕이 까지


모든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모든것이 해피엔딩이 될 순 없다.

내가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낯선 사람이었고. 그때는 나는 솔직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많은 의미의 아련함을 남기고 떠난 나의 첫번재 빠이였다.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나의 안식처

8월쯤 비수기에 접어들어 많이 한산해진 모조카페, 이번에는 내친구 호야를 데리고 빠이로 돌아왔다.

내가 사랑하는 모조카페를 보여주고 모조카페 식구들을 소개시켜주었다.

사실 나도 오다가다 인사만 했었지, 이렇게 함께 술을 마신건 처음이었다.

다들 취기가 올라 엉망인 흥얼거림에도 나는 그저 마음이 편해졌다.


나 결국 빠이에 돌아왔구나

그래 이게 빠이지. 늘 안락해





JIKKO BEER


빠이 워킹스트릿에 야시장이 열릴쯔음 나는 지코비어에서 드링킹을 시작한다.

지코비어에서 파는 드라프트 창비어는 지금도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을 만큼 맛있다.


워킹스트릿에 있는 대부분의 펍이 야시장에서 음식을 사서 입장을 할 수가 있어서 나는 매일 10꼬치 2생맥으로 밤을 시작했다.


마크가 항상 같이 수다를 떨어줘서 혼자여도 심심하지 않다.

내가 만난 모든 친구들을 지코비어로 데려갔었다. 주나 필수코스 같은곳





BOOM BAR


빠이의 밤은 모든 취향이 존중된다.

나는 잔잔한 라이브바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미친듯이 춤추고 잘생긴 남자 찾아서 같이 누구 하나 죽을때까지 술마시고 노는것 또한 좋아한다.

맥주 병나발불며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마치 파티원을 모집하듯 국적불문 사람들을 모아서 비어퐁을 하기도 했고

전날밤 만났던 친구들인데도 너무 술이 취해서 서로 기억을 못 하기도 한다.


세번째 빠이로 돌아온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처음보는 사람이든 두번보는 사람이든 DON’T CRY(애프터클럽)으로 끌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예리를 만났다.

그날도 모조카페에 혼자 앉아서는 여러사람들과 인사하는걸 보고 저 한국인언니한테 말을 걸어보고 싶다 생각했다고 한다.

예리와 나는 그날밤 딱 한번 만나고 나는 치앙마이로 돌아갔는데도 예리가 치앙마이로 와서 나를 다시 만났고 지금은 서로 많이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은 매일밤 똑같은 레파토리가 질리기도 한다.

그럴땐 집에서 놀면 되

호스텔 마루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새벽 내내 떠들면서 마시는것도 즐겁다.


매일 술마셔야되는 이유를 만들어서 하루도 빼먹지 않고 놀았다.

술취해서도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저 친구가 지코비어에서 일하는 ‘마크’이다.


습한듯 선선한듯한 비를 맞으면서도 야외에서 춤추며 놀던 그때의 공기가 너무나도 그리운 밤이다.

죽기전에 빠이의 밤을 다시 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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