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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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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나 Apr 15. 2021

01. hugga pai

후가빠이 221호


2019. 08.10 태국 빠이


하루종일 비가 그치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방금전에 산과 구름이 예뻐서 사진을 찍고 들어왔는데 다시보니까 지금이 더 예뻐서 또 사진을 찍으러 테라스에 나갔다. 그렇게 다섯번을 반복했다.
오랜만에 앉아서 글을 쓰는데 또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또 멍하게 빗소리를 듣는다.
글이 잘써질것같은 이 환경속에서 오히려 아무것도 할수가없다. 그냥 행복하다.






벌써 세번째 빠이
빠이는 나에게 늘 새로움을 선물한다.
우기에 다시돌아온 빠이는 구름이 잔뜩껴서 선셋을 볼수가없다. 하지만 동글동글 구름들과 산에 걸쳐진 안개 무지개를 자주 볼수가 있으며 가끔 날이 갤때 보이는 훌륭하지 않은 선셋에도 큰 감동을 얻을수가 있다. 흔하게 누리던것들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이번 빠이는 나 혼자가는것이 아니었다.

비엣남에서 단 이틀 동행을 했던것이 인연이 된 호야와 5개월만에 태국북부에서 다시 만나게되었다.

나는 꼭 호야에게 나의 빠이를 보여주고 싶었고, 호야도 늘 나의 빠이를 궁금해왔다.

치앙마이 5일 속성먹방투어를 마친 후 미니밴을타고 꼬불길을 달려 빠이에 도착했다. 체크인전에 점심을 먹기위해 이름없는식당에서 카오팟무쌉을 먹고있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어렴풋 보이는 아는얼굴?

우연히 길을 걸어가던 선비언니를 보고 소리질렀다.
“언니!!!”
3개월만에 우연히 그것도 빠이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급한일이 있어서 다음날 한국에 돌아가는 선비언니는 내게 화이트붓다가 보이는 나이스한 뷰를 가진 넓고 큰방을 3일이나 선물하고 돌아갔다.





후가빠이221호


여행중에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예쁜방을 그것도 나 혼자 쓰는건 여행10개월만에 처음이었다. 선비언니가 이 방이 후가빠이에서 가장 뷰가 좋고 넓은방이라고 꼭 남자를 데려와 함께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떠났다.
이 긴여행동안 항상 혼자이다가 최근 한달간은 함께해주는 친구들이 유난히 많았고 친구덕도 많이 봤다. 여러가지들이 겹쳐저 모든게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그러다가도 다 내 인복덕이라며 복받은 내팔자에 스스로 감탄을한다. 참 뻔뻔하다.
역시 사람은 믿으면 안된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예쁜 숙소를 두고 밖에 나가고싶지가 않아서 이곳에 머무는 이틀동안은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누리기로 하였다.

그동안 호야는 혼자 알아서 투어 잘 하고 다니라고 버려둔 나쁜 개인주의 친구(나)

잠시만 혼자 누릴게


멍하게 글을 쓰며 앉아 있자니, 그냥 웃음이 났다.

목적도 없이 몸만 혹사 시키던 초보 여행자 였던 때가 생각이 나서 스스로 비웃어버렸다.

그 때 바로 내가 처음으로 빠이를 만났던 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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