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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계현 Apr 08. 2024

지칠 때는 햇볕을 맞으며
1분만 눈을 감아 보세요

매일 5분, 나에게 다정해질 것


오전 10시 상담실에는 온화한 햇살이 듭니다. 칙칙한 회색 벽이 환하게 밝아지고 창틀과 레이스커튼이 벽에 무늬를 만들지요. 오늘 해야 할 일을 촉박하게 해치우다가 잠깐 고개를 들고 벽에 있는 그림자무늬를 봅니다. 그 순간, 모든 게 정지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째깍째깍 초침처럼 돌아가던 머리가 깊은 물에 빠진 듯 고요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만화를 보면, 폴이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갈 때 세상 만물이 정지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도, 날아가던 갈매기도, 주변 모든 게 멈추고 나만 그 장면을 보고 있죠. 햇살이 상담실을 가득 채우면 그렇게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입니다. 우연히 만난 행운 같은 행복. 어쩌면 그 순간을, 따스한 햇살을 간직하고 싶은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햇살을 받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긴장이 풀립니다. 추우면 몸을 웅크리게 되는데 그러면 근육이 경직되지요.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그러다가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으~’하고 몸이 녹아내려요. 잔뜩 치솟았던 어깨가 편안하게 내려가고 팔다리가 축 늘어집니다. 우리가 ‘이완’이라고 부르는 그 상태지요.


수족냉증이 있는 저는 온도 변화를 특히나 예민하게 느낍니다. 추운 곳에 머무르거나 흐린 날에는 소화가 되지 않고 손발이 저리거든요. 여담입니다만, ‘사는 것도 고달픈데 손발까지 시리니 서럽다’고 흐느끼던 70대 어르신이, 어쩌다 제 손등을 스치시고는 눈물을 뚝 그치셨어요. 젊은 나이에 손이 어찌 이리 차냐고, 안쓰러워하셨죠. 하여간 제 손등 덕분에 어르신의 눈물이 멈췄으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족냉증에게 감사했습니다.


또 햇살을 받으면 비타민D가 생성되어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준다고 해요. 세로토닌은 기분 조절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입니다. 일명 ‘행복호르몬’이라 하죠. 우리 몸에 세로토닌 수치가 지나치게 낮으면 수면, 식욕, 감정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기분이 울적하거나 짜증이 나면 낮 산책이 좋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몸을 움직이면 기분전환이 되지요.


너무 지칠 때는요, 햇볕 내리쬐는 벤치에 앉아보세요. 따뜻하다고 느껴지면 살짝 눈을 감아보세요. 포근한 이불을 덮은 듯 햇살이라는 이불을 덮고 쉬는 겁니다. 딱 1분이면 돼요. 그렇게 가만히 있다 보면 착각에 빠집니다. 햇살이 나만 비추고 있는 착각. 세상 온기가 나를 향해 있는 느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믿고 싶은 착각이죠. 세상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느낌입니다.


그 느낌에 집중해 보세요. 온몸을 감싸 안은 온기가 방어막이 되어 줄 겁니다. 시끌시끌한 세상으로부터 해를 입지 않도록, 당신을 보호해 줄 겁니다. 그렇게 상상해 보세요. 살짝 나른해진다 싶어지면 피곤한 몸도 내게 고맙다고 할 겁니다. 잠깐 쉬어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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