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혼자 있다. 조용한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무언가 좋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그렇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의 등교가 역사적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5월 27일 수요일 아들은 2020년 첫 등교를 시작했다.
나와 아들은 설레이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내일 학교 가는데 기분이 어때?"
"그냥 뭐 좋기도 하고, 가기 싫기도 하고."
아들 마음도 반반인가 보다. 집에서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며 지내왔는데 막상 이 생활을 청산하려니 아쉬웠던게지.
"근데 학교 가면 경도(경찰과 도둑 술래잡기)를 할 수 있으니까 좋아."
겨울 내내 경도를 하자며 엄마 아빠를 졸라대던 아들은 드디어 경도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등교하는 첫날 아침,
아들의 열을 재보니 36.6도 ok.
기침도 인후통도 두통도 해외를 다녀온 경험도, 자가 격리되어 있는 가족도
모두 모두 없다! 등교 가능!
아들과 아들 친구의 손을 이끌고 학교까지 바래다줬다. 1, 2학년 첫 등교이다 보니
걱정되어 그런지 아이들은 부모님 손을 잡고 학교를 향하고 있다. 그 무리에 우리가 있다. 무언가 활기차다.
걸어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니 드디어 학교 가는 기분이 드는가 보다. 들뜬 아들을 보니 참 다행스럽다.
다들 마스크를 끼고 있지만 분명 마스크 안에는 미소 한가득 담겨 있을 거라 생각된다.
교문 앞에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생님들의 환영이 이어졌다.
"너희가 와야 봄"이라는 피켓을 들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선생님들.
아이들은 중앙 현관을 통과해서 교실로 갈 수 있었다. 흩어져서 오던 아이들이 일렬로 중앙 현관을 향한다.
나를 포함한 부모들은 멀찌감치 서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 그리고 드디어 해방인가 라는 마음.
등교 전날 저녁 아이에게,
"학교 가는 거 괜찮지?"
"뭐, 학교 가면 코로나 걸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아이의 대답에 화들짝 놀랐다. 아이는 학교에 가면 많은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으니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럼 학교에 가지 말고 가정학습 신청할까?"
"아니, 뭐, 나는 천하무적이라 걸리지 않을 것 같아. 그리고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겠어."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암튼 아이는 마스크를 철저히 쓰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아이는 중앙 현관으로 쏙 들어가고 없다.
8시 30분.
약 3시간 30분의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조금 걱정되어,
'부디 아이들 모두 아무 일 없기를. 건강하기를.'
되뇐다. 집을 치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책을 보다 보니 어느덧 12시다.
아이를 모시러 가야 한다. 아이는 소중하니까.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아이는 학교 놀이터를 못 지나치는 아이라서 오늘도 놀이터에 있겠거니 여기며
학교에 도착했다. 아이는 벌써 나와서 놀이터를 바라만 볼뿐이다.
"오이? 어쩐 일로 놀이터에 발을 안 들여놓아?"
"선생님이 놀이터 가면 절대 안 된대. 애들하고 가까이 있으면 안 되니까 바로 집으로 가라고 했어."
아이의 대답을 듣고 보니 참 씁쓸하다. 어쩌다 놀이터가 전시용이 되었는지.
"아이들이랑 얘기는 해봤어?"
"아니, 마스크를 써서 다들 아무 말을 안 해. 쫌 재미가 없어."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첫날이니까 그렇겠지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이제 등교한 지 일주일 째이다.
매일 아침, 학교에서 보내오는 알림 카톡에 맞춰 아이의 열을 확인하고, 두통, 인후통, 기침을 확인하고 학교에 보낸다. 하교하고 나면 이제는 놀이터에 발을 들여놓기는 하나 미끄럼 몇 번 타고는 그냥 온다. 그렇게 좋아하는 경도는 하지도 못하고 말이다.
"엄마! 마스크를 쓰니까 좋은 점이 있다!"
"뭐가 좋아? 답답하지. 더운데 땀나고."
"아니야. 마스크를 썼더니 애들하고 말을 별로 안 하니까 장난도 안쳐. 장난을 안치니까 서로 때리지도 않고, 때리지도 않으니까 여자 애들은 선생님한테 이르지도 않아. 그래서 혼나지 않아."
"오이?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거야?"
혼나지 않아서 마스크가 좋다니.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듯하면서도 아직도 아이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구나 싶어 마음이 좋지 않다.
학교에서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체육과 음악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등교를 하느냐 마느냐 우왕좌왕하던 여론에 불안했지만 아이들은 학교를 갔다.
예전처럼 학교 생활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땀 흘리며 경도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 지 여러 달이 지났다.
어느 지역은 아직도 등교가 연기되고, 확진자가 나와 초긴장 상태이고,
누구는 이 상황에서 여행을 다녀와 몸소 확진의 사례가 되어 주고,
그러는 와중에 아이들은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언제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등교할 수 있을까?
우리 아들은 언제쯤 경.도.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