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쯤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식사를 마치면 바로 설거지를 한다. 그 후에는 간단히 청소기를 돌린다.
내가 생활할 공간은 깨끗해야 하니까. 아이에게 과일을 주고, 9시쯤 되면
EBS 수업을 들을 수 있게 준비한다. 책을 챙겨주고, 마음도 챙겨주고.
아이가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영어 공부를 한다. 문법 문제집 한 권을 정해서 풀어본다.
EBS 수업이 끝나면 아이와 함께 오카리나를 잠깐 불고, 집 주변을 산책한다.
점심시간이다. 무얼 먹나 잠깐 고민하다 유부초밥을 준비해서 먹는다.
점심 때가 지나면 아이에게 잠깐 티비를 틀어주고, 옆에 있던 나는 어느새 졸고 있다.
그러다 아이가 학원 갈 시간이 되어 보낸다. 그리고 바로 60분 타이머를 맞추고,
책을 읽는다. 아이가 1시간 피아노를 치고 돌아오면 간식을 챙겨주고, 다시 태권도 학원을 보낸다. 다시 60분 타이머를 맞추고 책을 읽는다. 그 후로 저녁을 먹고, 아이는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잠깐 해방감을 맛본다. 그때 다시 책을 읽는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니 가장 많이 한 행위는 '책 읽기'이다.
3월까지만 해도 책 읽기를 즐겨하긴 했으나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쇼파에 앉아서 누워서 설렁설렁 읽던 책 읽기였고, 하루에 읽는 시간을 따져보면 대략 1시간 정도였다. 이래왔던 나는 4월을 지나 5월을 보내면서 하루 평균 책 읽는 시간이 2시간 30분 ~ 3시간이 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
- 새벽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다.
- 독서 시간이 2시간 ~ 3시간이 되었다.
- 서평을 쓰게 되었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가능해졌을 까?
그 답은 책 읽기 모임에 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못한다. 나 스스로 선을 두고 넘어서지 않고, 그들도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 이런 내가 책 읽기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보기 위해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면대면 독서 모임에 딱 두번 참여 하면서 도전을 받았다.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없었던 상황에서 나 스스로 나의 독서량에 만족하고 있었다. 단지 읽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것을 해내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난 후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책을 읽는 분야부터 책 읽는 시간, 읽고 난 후 적용 하는 방법까지 고민해가며 책을 읽는 그들!
마치 1등 하는 친구의 비밀 노트를 본 기분이었다. 그 노트를 보았으니 나도 하루 빨리 1등이 되고 싶다는 다급함도 생겼다.
몇 번의 모임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쉬게 되었고, 이들은 온라인 독서모임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참여자는 하루동안 책 읽는 목표 시간을 정한다. 앱을 이용하여 독서한 시간을 잰 후 단체 대화방에 인증을 하는 방식이다. 나는 4월에는 1시간을, 5월에는 2시간 이상을 목표 시간으로 잡았다.
온라인 독서 모임에 올린 인증샷-focus앱
새벽 독서
온라인 독서 모임은 잘 이루어질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첫날,
새벽 5시에 독서 인증을 해오는 참여자가 있었다.
'새벽 5시에 어떻게 책을 읽지? 그 시간에도 눈 뜨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새벽에도 책을 읽어내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도전의식이 생겼다.
다음 날 아침 5시에 알람이 울렸다. 다행히 일어났다. 일어나서 앉기는 했지만 책을 읽는 지, 잠을 자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 스스로 실망했다. 그냥 집중 잘 되는 시간에 읽으면 되는 것이다 라고 위안을 삼으려고 했다. 포기하기는 아까우니 딱 하루만 새벽 독서를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그 다음 날도 새벽 5시30분에 일어났다. 일어나서는 스트레칭을 좀 하고, 잠깐 필사를 했다. 그러는 동안 잠이 깼다. 머리가 맑아졌다. 새벽 시간은 소음 없이 고요했고, 뇌를 푹 쉬어준 덕분에 집중이 곧장 되었다. 무엇보다 아침을 책 읽기로 시작하니 하루를 의미있게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기를 두 달 째, 다른 이들의 새벽 독서에 자극을 받아 시작된 새벽 독서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독서 편식?
관심이 있는 분야만 골라 읽던 독서 편식은, 독서 인증 덕분에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독서 인증을 할 때 그들이 읽는 책 제목을 소개하고, 간략하게 내용을 적고, 느낌을 남기게 된다. 좀처럼 관심이 가지 않던 분야도 누군가 읽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고, 손이 가게 되었다. 독서 편식으로 한쪽에 치우쳐 뭣 모르고 즐거워 하던 나는 넓디 넓은 분야에 발을 담궈 보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얼키고 설킨 내용들이 생각의 범위를 넓혀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독서 시간 늘리기
책을 읽으면서 가끔은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읽을까? 다른 이들의 독서량이 궁금했던 나는
독서 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레 궁금증이 풀렸다. 그들은 일을 하면서 하루 2~3시간의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물론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 있으나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워킹맘들도 하루 2시간은 거뜬히 읽어내고 있었다. '나정도면 많이 읽는 편이다'라고 생각했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는 독서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간간히 시간이 날 때마다 보았던 유튜브를 끊고, 연예 뉴스, 가십거리 뉴스를 끊었다.
그 시간을 책 읽기로 대신했다. 잠깐의 노력으로 2시간을 확보했다.읽다보니 욕심이 났다. 아이가 잠깐 집을 비우는 시간은 무얼할 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독서가 가능한 시간 3시간을 확보했다.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나자 자연스레 완독을 해내는 책의 권수도 늘었다. 지금 현재 읽어낸 양은, 작년 1년 간 읽었던 책의 쪽수를 넘어섰다. 독서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서평쓰기
무작정 읽어대던 나는 다른 이들의 서평을 보면서 자극을 받게 되었다. 그들은 낚시를 하듯 책에서 하나라도 건져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책에서 건져낸 것들을 생활에 적용하며 인증을 했다. 실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서평쓰기가 기본이 되었다. 자극을 받은 나는 가장 싫어하는 서평 쓰기를 해내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다. 서평을 쓰는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단 완독을 하고, 다시 재독을 하면서 내용을 간추리고, 서평의 개요도를 작성하고, 초안을 쓰고 다시 읽어 가면서 살을 붙였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위해 작성된 서평을 여러 차례 읽어가며 수정을 했다. 또 틈틈히 다른 이들의 서평을 읽고, 눈여겨 보고 글의 구성을 파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성장했다. 서평을 써야한다는 결심은 집중하며 책 읽기로 이어졌다.
브런치에 발행한 서평
나는 오늘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잠깐의 스트레칭과 물 한 모금으로 잠을 깬 후 책을 읽었다.
새벽 독서는 21일동안 꾸준히 실천 하면서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4월부터 21일간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던 것이 습관이 되었다. 5월부터는 새벽 5시로
바꿔보았다. 알람이 울리면 고민하지 않고 일어날 수 있게 되었고, 새벽 독서를 맛 보고나니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행위이다. 누군가와 같이 할 수 없다.
이렇게만 생각해오던 것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으로 바꿔보았다.
자극이 되었고, 변화가 생겼고, 성장을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전의 나에 책 읽기는 혼자서 만족하며 관심있는 분야를 읽고, 시간이 지나면 잊었다. 그러기를 몇 년째 흘려 보내고나니 나는 책을 왜 읽을까 라는 고민이 찾아왔다.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읽고 난 후 자신에게 책의 한 부분을 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책 읽기에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기 위해 프레임 안에 들어갔다. 프레임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온라인 독서 모임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들은 꾸준히 쉬지 않고 걸어가는 마라토너처럼 느껴졌고, 나도 자연스레 물 한모금 먹을 시간도 아껴야겠다고 재촉하며 그들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책 읽기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한 환경에서 책 없이는 살 수 없다는 프레임 안에 들어가니 수월하게 해 낼수 있었고, 해내다보니 조금씩 기록을 단축하는 마라토너처럼 나 또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혹시 어디선가 혼자서 책 읽기를 하며 발전적인 독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답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