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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에디터 Jan 16. 2022

익숙함으로부터의 발견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익숙함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주로 연애를 주제로 이야기하거나 연애상담을 할 때 나오는 말입니다. 서로 너무 편해진 나머지 이전에는 소중하고 중요했던 것들을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면서 의견 차이가 생기고 싸우고, 최악의 경우에는 얼굴 다시 못 볼 원수가 되어버리기도 하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처음에는 힘들고 괴롭더라도 곧 익숙해지고 적응하게 되죠. 처음의 긴장감, 괴로움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예전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운전학원을 열심히 다닐 때 강사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자동차 사고가 언제 가장 많이 나는 줄 아세요? 운전 시작하고 3년~5년 사이에 가장 많이 나요. 왜 그러느냐면, 이제 운전 좀 해봤으니 모든 게 만만해 보이거든요. 오히려 초보운전 시절에 사고가 덜 나요.' 사실인지 강사님만의 의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익숙함이라는 게 연애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우리 일상 전반에, 인생 전체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저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21년 하반기에 한창 강의하랴, 공부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를 보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이렇게 열심히 다닐 수 있었다는 점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사실 가장 큰 고마움과 감사함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게 돌아갔어야 함이 맞겠지요. 바쁜 와중에 제가 놓치는 부분들, 아쉬웠던 부분들을 세세하게 잘 돌봐주셨으니 말입니다.



 비교적 여유가 있던 상반기에는 시간도 여유롭고 체력도 충분해 혼자서도 일처리를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놓치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장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 것은, 2박 3일 출장에 갈아입을 옷을 집 현관문 앞에 고이 모셔두고 나온 일이었습니다. 출장지까지 절반 정도 갔을 때, 고속도로 위에서 생각이 나 당황했었죠. 차를 돌리자니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강의를 마치고 근처에서 옷을 사 입었습니다. 강의료의 절반 이상을 써서 씁쓸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외에도 생각해보면 많은 부분에서 가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간식거리라던지, 운전 중 졸지 않게 전화라던지 등등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다 도움이었고, 저는 이 모든 것들이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지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오히려 이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해주셨네! 정말 감사하다.'에서 '오늘은 왜 안 해주지?'로 바뀌게 된 셈이었죠.


 




다른 모습?



 최근까지 이렇게 행동했으므로.. 내색하진 않았겠지만 가족이 이러한 제 모습에 속이 많이 상했을 겁니다. 저야말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와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죠. 익숙하기에 당연한 것이 되었고,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생각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가장 편한 곳에서 우리는 긴장을 풀고 편하게 움직인다고 합니다. 가족을 만날 때와 타인을 만날 때의 모습이 다른 점도 가족이 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친한 사람을 만날 때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의 모습이 다른 점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한 곳에서의 모습과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곳에서의 내 모습이 다른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에게 있어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해서 특별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관점 뒤집기라고 할까요. 제 신체 모든 것과, 제가 이용하는 모든 것들,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발견



 한창 열풍이 불던 감사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 번 감사일기 쓰기를 시도해봤지만 꾸준히 이어나가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감사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딱히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요.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니 계속 이어나갈 이유를 찾지 못했고, 작심삼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단순히 '좋은 것이니 써야 한다.'라던지, '쓰니까 좋다!'라던지 등의 이유는 납득하기도 어려웠고, 이해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런데 '익숙함'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고, 경험으로 이해하니 감사일기가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 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글 마무리를 '다 같이 감사일기를 쓰자!'라 할 생각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얼마나 우리 일상에 익숙해졌고, 그 안에서 감사와 발견에 무뎌졌는지를 한 번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하건대 우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소중하고 감사한 것들이 당연해지거나 감사한 마음이 무뎌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어느 사건을 계기로 다시 소중하고 감사한 것들을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이번 한 번 생각하는 것만으로 영원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이 글을 쓰는 저도, 지금은 이렇게 소중하고 감사한 것들을 찾고, 감사함을 느끼자 - 라 생각하지만 3년, 4년 뒤에도 과연 같은 마음일까요. 익숙함이 떠난 자리엔 또 다른 익숙함이 찾아와 자리 잡을 것이며, 새로 찾아온 익숙함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겁니다. 그때도 '이건 소중하고 감사했던 일인데.. 왜 몰랐지?' 하면서 말입니다.



 먼 미래의 일은 미래의 일일 뿐이니, 그냥 현재를 잘 관찰하며 사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은 걱정하지 말자고요. 오늘은 가족에게 그동안 전하지 못한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고 반성하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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