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스트레스..
매일매일을 압박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언젠가부터 마음 한 편이 무거웠고 매사에 예민해졌으며, 별 시덥잖은 일에도 항상 극한까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머리로는 '이렇게까지 화날 일인가? 부담을 느낄 일인가?' 하면서 이미 몸과 마음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용광로마냥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니 몸과 정신이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좀 더 심해지고, 소화불량에 심할 때는 일주일 사이에 장염 한 번, 급체 두 번 겪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이 때 새벽을 잊지 못해요. '이렇게 아플거면 뭐하러 사나'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괴로웠거든요. 먹은 것도 없는데 흰 거품을 게워내는데 참..
전에 없던 두통과 뒷목이 땅기는 현상까지 나타납니다. 왜, 영화나 드라마에서 큰 충격을 받으면 뒷목을 잡고 쓰러지잖아요. 왜 그런지 알 것 같더라고요. 정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는 뒷목부터 뒷통수까지 띵..해집니다. 스트레스란 녀석이 순간 확 들어왔다가 순간 확 빠져나갑니다. 그 뒤에 남는건 과도한 스트레스로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 뿐이었고요.
네. 이건 확실히 무엇인가 잘못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제 명에 못죽겠다 싶었습니다. 해결책을 찾아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때마침 제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의 심리검사를 지원한다는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따로 일이 없는 날 시간 예약을 하고 방문했더랬죠. 약식 심리검사 - 불안점수, 우울점수, 자살징후, 스트레스척도, 조현병척도 등 - 를 마치고 1:1 상담, 기계를 사용해 스트레스 점수를 체크하더라고요. 심박수와 호흡 흐름으로 파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저런 검사를 마치고 잠깐 기다렸을까, 바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50점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스트레스 점수가 높다고 한다는데, 저는 84점이 나왔습니다. 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편이라 하더라고요.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스트레스, 스트레스 대처법을 '매우 낮음 - 낮음 - 보통 - 높음 - 매우 높음' 5개 척도로 그래프로 표시하던데, 결과가 처참했습니다.
걱정했던 정신적 스트레스는 의외로 '보통'이었는데, 신체적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음(그래프의 끝을 찍고 있더라고요.), 스트레스 대처법은 매우 낮음이었습니다. 검사하신 분에게 신체적 스트레스가 높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니 신체가 한시도 쉬지 않고 긴장 상태에 있는 모습이라 말씀 해주셨습니다. 필요할 때 긴장하고 흥분하고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죠.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았습니다. 항상 예민한 상태니 조그만 자극에도 격하게 반응했던 것이죠. 왜, 피곤하고 졸려서 자고 싶은데 계속 옆에서 말걸고 깨우면 화나고 그러잖아요. 제가 그런 수준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검사하신 분에게 한가지 더 물어봤습니다. 이 상황에서 신체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균형을 맞추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요.
일단은 심층상담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지금 하는 검사는 약식 검사고,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까 몇 번 대화를 해보는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필요하다면 진료를 받는게 좋겠다 하셨고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는데, 정신과 진료 범위에 스트레스도 포함된다고 합니다(최근에 변경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단순한 스트레스 관리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흔하게 걸리는 질병같은, 그러니까 환절기 감기같은 느낌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바로 진료를 받기보다는 일단은 심층상담을 통해 차차 개선해나가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개인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쉽지만 신체적 스트레스가 높다는 결과가 나와도, 왜 신체적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는지 명확한 원인을 발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번 더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명확한 이유가 없다고 나오네요..
그래도 도움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하겠지만, 결국에는 이 지긋지긋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거리를 둘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