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감사 편지를 쓴다면?
선생님, 안녕하세요?
누구에게 감사를 전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성함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선생님은 제게 참 감사한 분이셨더라고요.
초등학교 3학년 말, 선생님 반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전학 첫날 교실 창문 위로 대롱대롱 매달려 저를 구경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내성적이었던 저는 주목받는 그 상황이 낯설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제게 지난 시험점수를 물으셨고 저는 전 과목에서 하나 틀렸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그럼 네가 우리 학교 전교 1등이구나."라고 큰 소리로 말씀하셨죠. 반 아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선생님께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허허 웃으셨어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제가 공부를 잘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음 날엔 일기장을 제출했는데 선생님께서 제 일기장을 반 아이들에게 돌려보게 하시며, 글씨며 내용이 완벽하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제 글씨가 반듯하다는 것도, 제가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모두 처음 깨닫는 것들이었어요. 이전 학교에선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아이에 불과했거든요. 선생님의 연이은 칭찬이 마치 제 것이 아닌 듯 믿기지 않으면서도 어린 마음에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이후 저는 정말로 전교 1등을 했고 학교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노래, 리코더, 글쓰기 등 각종 대회에 내보내셨고 저는 대부분에서 상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저는 점점 더 자신감 있고 외향적인 아이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학년이 바뀌면서 반장, 회장 등도 맡게 되고, 리더로서 솔선수범하면서 더 단단해졌어요. 글 쓰는 것도 정말 좋아하게 되었고요. 어느 날 재미로 동화책을 각색해서 대본을 만들었는데 친구들의 반응이 좋아 실제로 친구들과 연극을 올리기도 했어요. 이후에 창작극본을 써서 직접 연출도 했고요. 제게는 정말 기억에 남는 소중하고 즐거웠던 추억입니다.
그 시절 선생님께서는 제가 그저 공부를 잘해서 예뻐해 주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선생님 덕분에 저는 제 안의 가능성을 하나씩 펼쳐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바르고 곧은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칭찬받고 싶어서 공부도 더 열심히 했고, 학교에서 하는 모든 활동에 진심이었으니까요. 선생님, 제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심지어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