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다. 그리고 마음에 구멍이 뚫렸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저 해야 할 일들을 해내는 사이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어느 책에서 작가가 퇴사를 말하는 순간을 읽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다 알 것만 같아서.
그 사이 회사에서는 수많은 변수들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그 변수들에 대응하기 위해 고민하고 정리하는 동안 다시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내가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더 이상 일이 나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꾸 발끝만 보고 그 자리에 서 있게 된다. 한 발 더 내딛어도 되는 건지 망설이면서.
돌이켜보면 사수도 동료도 없었기 때문에 나에겐 업무의 범위가 없었다. 그래서 내 업무의 선을 스스로 만들고 하나씩 더해나갔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확장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 시간과 수고를 들여 내 일의 매력을 찾아나가던 그 시절이 그립다.
뭔지도 모를 각자의 동기를 일깨우고 자원을 배분해 팀을 이끄는 일은 새롭고 재미있으면서도 지친다. 이 회사에는 함께 마음을 맞출 동료가 없고 나만 에너지의 방향이 다른 것 같아서 자꾸만 움츠러 든다. 사람은 원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위해 행동할 뿐인데 빤히 보이는 그 마음들을 오늘도 외면하고 싶다.
지금은 나의 이 허무를 말끔하게 쓸어낼 용기가 필요한 순간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