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1월의 시작과 함께 '일의 기록'을 해보겠노라 다짐했지만, 책상 위 다이어리는 1월 15일에 멈춰 있다. 잉크가 마른 그 자리 이후로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소용돌이뿐이다.
연초는 늘 그렇듯 거창하고 위태로웠다. 연간 계획의 큰 방향을 잡고 내부의 엇갈리는 목소리를 조율하며, 예산과 시기라는 현실의 숫자를 맞추는 과정이 이어졌다. 특히 팀원들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인력 충원 자료를 만들었다. 나름의 근거와 논리를 쌓아 올렸다고 믿었지만 결과는 무력했다. 돌아온 건 또 한 번의 거절, 그리고 깊은 좌절이었다.
'나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 사람인가. 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자책과 무력이 뒤섞인 채 1월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질문은 본질을 비껴가고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나는 그저 '팀의 지속 가능성'과 '업무의 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을 뿐이다. 인력 충원은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보루였다.
2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기 위해' 애쓴 시간이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리더십 교육을 찾고 AI 공부에 매달렸다. 누군가를 이끌기 전에 나부터 무너지지 않아야 했으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바꿀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하지만 3월, 평온할 틈도 없이 다시 실무의 늪에 빠졌다. 보도자료 3차 수정이라는 지난한 반복 속에서 시간은 형체 없이 흩어졌다. 실무는 쌓여 가는데 기준은 갈대처럼 흔들렸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뉴스레터 자체 제작마저 소모적인 논쟁 끝에 닻을 올리지 못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채로 1분기가 지났다. 시간은 야속할 만큼 빨랐고,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빴다.
이제 2분기가 시작된다. 사업은 더 늘고 인력은 줄었다. 내가 관여해야 하는 범위도 점점 넓어진다. 내가 이끌지 않으면 일이 멈추고, 내가 확인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실수가 터진다. 산적한 결정들 앞에서 문득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다.
전부 직접 챙기면 나아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것이 서로를 갉아먹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리더는 모든 구멍을 막는 전방위 수비수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침반을 놓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완벽' 대신 '지속 가능함'을 선택하려 한다.
2분기에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지키는 설계가 필요하다. 시간을 다시 관리하고 무너진 체력을 쌓아 올리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보폭으로 일을 재배치하려고 한다.
일단은 멈춰있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발을 떼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용기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