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이 되자마자 한 일이 있다. 20년 말에 원베드룸 아파트에서 투베드룸으로 집을 넓혀 이사를 했다. 방이 하나였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함께 잠을 잤다. 아이 방을 하나 내어줄 수 있게 되자마자 방 분리와 수면분리를 시도했다.
처음엔 자기만의 방이 생긴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했다. 그러다 밤이 되자 혼자 자야 한다는 사실에 몹시 좌절했다. 이사 가기 전부터 누누이 이사 후에는 방에서 혼자 자야 한다고 예고를 해주었다. 혼자 자는 아이에 관한 책도 읽히고, TV 속 이야기 주인공이 밤 시간에 엄마아빠의 굿 나잇 키스를 받고 혼자 잠에 드는 것도 많이 보여주었다.
알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상황이 다치니 아이는 무서웠을 것이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와 함께 잠을 자는 게 더 힘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면분리를 계속 진행했다. 내 뒤척임에 쉽게 깨는 아이 때문에 선잠이 든 상황에서 망부석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게 싫었고, 아이의 뒤척일 때마다 잠을 잘 못 자나 싶어 이런저런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는 게 싫었다. 각자 방에서 따로 자면 안 겪어도 될 일이었다.
두근 두근 떨리는 수면분리 첫날 밤
처음 두 달 정도는 새벽에 깨서 우리를 찾았다. 잠을 자는 것도 안 자는 것도 아닌 두 달이 지속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잠자리를 합치기엔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 계속 타이르고 어르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왔다. 꿀잠의 시간이.
함께 방을 쓸 때는 아이가 항상 새벽부터 일어났다. 어느 정도 잠이 깬 후에는 우리 때문에 다시 잠들기가 힘들었는지 6시면 일어나 우리를 깨웠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그때가 제일 깊이 잠든 시간이라 비몽사몽으로 아이를 대하는 게 고문 같았다. 다행히 오전 잠이 적은 남편이 아이를 돌보았지만 자고 나서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방을 분리하고 아이가 혼자서 잘 자기 시작하고는 아이의 기상시간이 7시를 넘었다. 이것도 이른 시간이지만 그땐 7시에 일어나도 학교 갈 준비를 하기가 빠듯했기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한국으로 이사를 하고 아이의 잠자리 불안이 다시 시작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아이는 요즘 새벽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를 찾아댄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갔다가 불을 끄고 돌아가는 그 짧은 거리가 무서워 울먹이는 소리로 우리를 부른다. 처음 몇 달은 아이가 안쓰러워 자동스프링처럼 튀어나가 아이를 달래고 다시 침대에 눕혔다.
한국에 온 지 벌써 5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인 지금은 더 이상 아이의 칭얼거림에 친절하게 답해줄 인내심도 체력도 바닥이 났다. 반응을 하지 말아보자 싶어 대꾸를 안 했더니 '배가 아프다. 기침이 안 멈춘다. 머리가 아프다.' 이런저런 무시할 수 없는 말들로 나를 일으킨다. 안 그래도 새벽 일찌감치 기상해서 출근해야 하는 남편은 금요일이 되면 좀비상태가 된다. 참다 참다 아이에게 깨우지 말라고 샤우팅을 하고 난 후에는 마음이 편치 않아 그날 하루가 울적하다.
분리수면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이도, 나도, 남편도 언제 다시 꿀잠을 잘 수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멍한 하루의 시작에 오늘이 월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에 엄마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너무 힘들다고 한참을 푸념했다. 아이는 미안하다며 씩씩대는 나에게 다가와 입맞춤을 해준다. 그래. 너도 잠을 제대로 못 잤겠지. 피곤할 테니 우리 오늘은 제발 꿀잠 좀 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