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의 장도연 난 너의 박나래

가까이서 오래 만나자

by 나나스크


친구.

친하게 지내며 가까이 두는 벗.

가족과 친구라는 단어는 생각만 해도 뭉클한 단어가 아닐까. 한때는 가족보다도 친구를 더 찾고 위하던 때도 있었을 만큼 나는 친구를 참 좋아한다. 혼자 여행 빼고는 나름 혼자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위를 다 잘하고 해왔음에도 누군가와 함께할지 아니면 혼자 할지 정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누군가와 함께를 택할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이사 온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남편은 이 동네 토박이기 때문에 모든 게 익숙하다. 연애 때 몇 번 방문했을 뿐 이 동네의 이모저모를 다 알지 못하는 나에게 이 동네는 적응하기 힘든 지역이었을 뿐이다. 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동네에 와서 6개월 동안은 뭘 하고 지냈는지, 어딜 다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은 날개를 달고 훨훨 날고, 아이는 새로운 학교와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쁜데 나만 그저 뒤떨어진 낙동강 오리알이라고 느껴졌다. 새로 온 동네를 알아가기에 나는 너무 우울했고 나처럼 오전에 시간이 남는 친구들은 없었다. 다들 일을 하거나, 너무 멀거나 그것도 아니면 일이든 육아든 무언가에 치여 나를 돌봐줄 수가 없거나.




우연히 시작한 운동으로 약간의 자신감과 활력을 되찾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대략 6개월을 외톨이처럼 정말 운동만 하고 왔다. 시간이 지나며 눈인사와 스몰톡을 나누는 분들이 생겼지만 내 눈에 그들은 이 세상 둘도 없는 절친들로 보였기 때문에 다가갈 마음도 자신도 없었다고 할까? 그러다 어떤 기회에 나보다 3살 어린 동생을 하나 알게 됐다. 선생님을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우리를 연결시켜 주었다. 스몰톡을 하고, 번호를 주고받고, 반찬 나눔을 받고, 커피를 마시다가 점심을 함께 먹기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지만 그 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찰떡궁합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성향일 수도 있겠다. 내가 가지지 못한 구석을 친구는 가지고 있고 그 친구에게 없는 면모가 내게는 있었다. 서로를 조심스럽게 대하면서 오랫동안 탐색전을 펼쳐서였을까? 친구와 나는 지금까지도 매우 잘 지내고 있다. 일주일에 3일 오전에 함께 운동하고 큰일 없으면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고 하루종일을 붙어있은 적도 있다. 말수가 많은 나는 신나서 얘기하고 리액션이 좋은 친구는 항상 잘 받아준다. 말수가 적은 친구이기 때문에 친구가 입을 열면 나는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친구는 경험해본 걸 반복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매번 새로운 걸 찾는 스타일이다. 크게 호불호가 없는 친구 덕분에 내가 뭔가를 제안하면 항상 오케이를 외쳐준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던지,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던지 하고 나서 나에게 말해준다.

" 언니덕에 알게 됐어요."
"언니덕에 처음 해봤어요."


이런 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정말 기분이 좋다. 친구가 신기하게 생각할 만큼 나는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생겨난다.


이번에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다에 가서 찍는 릴스다. 작년에 유행했던 해묵은 릴스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와 뒤에 펼쳐지는 바다배경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혼자는 하고 싶지 않고 그럼 이걸 누구와 해야 할까? 고민을 조금 하긴 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생각해 보면 신체적인 불가능을 제외하고 그녀는 항상 나에게 예스를 외쳐주었다. 이번에도 아주 적은 가능성의 거절을 미리 염두에 두고 슬쩍 물었다.

" 언니 소원이라는데 해요."

여름이 오기 전 계곡물보다도 더 쿨한 그녀의 반응. 몰랐던 건 아니지만 알게 되니 더 기쁘다. 그렇게 우리는 나름의 연습을 시작하고 실전에 옮기기까지 약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다. 무려 175의 장신인 그녀와 평균이라 우겨보는 162의 나. 영상으로 찍힌 우리의 모습을 보니 키가 큰 그녀는 장도연이고 키가 작은 나는 박나래 같다. 이런 우연으로 우리를 또 하나로 묶어본다.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여전히 많은 나. 작년 연말부터 올해 봄꽃이 피기 전까지 내가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무기력했는데 지금은 신이 나는 계획들이 가득하다. 나이는 불혹을 지났는데 아직도 마음만큼은 휘몰아치는 젊음이다. 요즘 중년세대를 비꼬는 젊은 세대들이 종종 있던데 그러거나 말거나. 남에게 피해 안 주고 하고 싶은 거 하는 세상이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에 약간의 잡음을 떨어낸다. 내가 쿵! 하면 짝! 해주는 그녀가 있어서 하고 싶은 것들 목록이 자꾸만 쌓여간다.

친구는 내가 사는 세상을 더 풍요롭게 해 주고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귀하게 대해야지!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더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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