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색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

오늘도 너에게 배운다

by 나나스크


너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내리 같은 반이었다. 그 3년 동안 우리는 다른 무리에 속해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둘이 보낸 시간이 많았다. 중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면서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났지만 서로 어울리는 부류가 달랐다고 해야 할까? 서로 반갑게 인사는 나누지만 예전과 같은 사이는 아니었다.


서로 소원해진 상태로 고등학교 때는 핸드폰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그때 한창 핸드폰 번호를 자주 바꾸면서 너의 번호를 잃어버린 건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그냥 너라는 존재에 대해 잊어버렸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너에게서 연락이 왔다. 너의 이름을 듣고 나는 내심 반가웠다. 그렇게 너는 나를 찾아줬고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까지 잘 만나고 있다. 그때 네가 우연히 만난 내 친구에게 내 번호를 묻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너를 보며 예전의 너를 떠올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너는 참 예뻤다. 동그랗고 큰 눈망울에 반듯한 코, 방긋 솟아오른 너의 양볼은 누가 봐도 호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할 때면 큰 눈이 더 커지고 활짝 웃는 얼굴이라던지. 뭔가 짓궂은 장난은 하고 싶어도 간이 작아서 할 수가 없는 서로를 보며 깔깔거렸다던지. 우리는 꽤나 많은 추억들을 나누었고 옛날이야기를 하느라 하루가 꽉 채워졌다. 그 후로 너는 나의 생일을 나는 너의 생일을 챙기게 되었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만날 수 있었다.



너는 어렸을 때부터 승무원이 되기를 바랐고 내가 만난 어른이 된 너는 승무원이 되어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바라던 꿈을 이룬 네가 자랑스러웠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만나러 올 때면 너의 손에는 항상 크든 작든 선물이 들려있었다. 너의 선물은 나에게 전 세계를 누비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같았다.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기만 하면 됐고 너는 행복해 방방 뛰는 나를 보며 즐거워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 소소한 선물을 받는 재미를 , 소소한 선물을 주는 재미를 나는 너를 통해서 알게 되었나 보다.



오늘은 예전부터 약속된 너의 집에 가는 날이었다. 작년에 가진 가족 모임 이후로 거의 1년 만이었다. 장장 6시간을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이었다. 너와 나의 즐거운 시간이 서로의 가족으로 번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 한참을 얘기를 나누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너는 또 나에게 한아름 선물을 안겨준다.


제주에 여행을 갔을 때 본 카키색 에코백을 보고 나를 생각했다고 했다. 나를 만나기로 한 날 줘야지 생각하며 그 가방을 샀다고 했다. 나는 마침 오늘도 카키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카키색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구나. 그 마음이 너무 예쁘다. 오늘 보니 너는 산타가 아니라 친정엄마 같았다. 나를 귀하게 여기는 너의 마음이 한동안 내 마음을 뜨듯하게 데워준다. 너에게 받은 마음의 온기가 나를 통해 내 주변사람들에게도 이어진다.


너는 빨간색 체크를 좋아하고, 초콜릿을 좋아하고, 차를 좋아하고, 예쁜 그릇을 좋아한다. 지금은 필사에 푹 빠져있고 집안을 꾸미는 걸 좋아한다. 네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있는 나에게 감사하다. 다음번에는 부디 내가 너를 기쁘게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네가 사준 카키색 에코백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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