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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티 Sep 20. 2016

위기는 언제나 찾아온다

권태기를 지나온 후


많은 연애 지침서들이나 SNS에 떠도는 사랑에 관한 글귀들을 보면 사랑도 이별도 담담하게 말하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조언들처럼 사랑하기는 어렵다.


남자 친구와는 2013년 1월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딱 3년째 되는 올해 1월부터 한동안 권태기가 찾아왔었다. 신년 연휴를 함께 보내고 난 후부터 주말 데이트가 뜸해지더니 3, 4월은 한 번도 만나질 못했다. 그동안은 나만 애간장이 타는 건가, 이대로 3년간의 만남은 끝이 나는 걸까 하는 생각만으로 가득했고 실제로 친구들에게는 정말 마지막인가 봐... 하고 속상함을 토로한 적도 있다.


그 당시 음악을 듣다가 우연히 들려온 포맨과 미가 함께 부른 <3년쯤에>라는 곡을 듣고 몇 번이고 눈물을 쏟아낸 적도 있다. (신기하게도 지금 들으면 아무렇지도 않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5월에 들어서는 원래 사이로 돌아오게 되었고 지금에 와서 물어보니 스트레스로 인해 약간의 우울증이 찾아왔었단다. 그럴 때 일 수록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었고, 남자 친구는 그저 혼자 있는 것으로 스스로 이겨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느 책에선가 남자는 힘들면 동굴을 찾는다더니 딱 그런 거였나 싶다.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슬펐지만, 그렇게 아무런 터치 없이 가만히 두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은 사랑보다 끈끈한 우정 같은 무언가를 얻은 것 같다. 남자 친구에게는 때론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 또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것. 만나지 못했던 두 달 동안 나는 괴로워만 할 줄 알았지 그 시간을 내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돌아보면 얼마나 미련했던지. 조금 더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한다면 권태기? "그까이꺼."


권태기를 맞이했다면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머릿속 서랍 어딘가에 넣어 두었으면 한다. 모든 연인들에게 맞는 방법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찾아와 버린 힘든 시간을 괴로워만 하며 보내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극복하고 난 뒤 웃으며 그 시간에 대해 얘기해보자.


3년째 왔던 권태기, 6년째라고 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때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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