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돈이 많은 삶, 행복한 가정, 매일매일 행복한 날들, 속 한 번 썩이지 않는 자녀, 이런 완벽함을 꿈꾸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게 행복일까?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게 되었다.
사람은 매우 간사하고 적응적인 동물이라서 안 좋은 환경에 있다가도 좋은 환경에 들어서면 금세 적응하고, 개구리가 올챙이 때 시절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돈이 없는 삶을 살다가도 돈이 갑자기 많이 생겨서 펑펑 쓸 수 있게 되어도, 감사함을 금방 잊어버리고 불평불만만 다시금 늘어트리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그래서 인생의 굴곡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돈의 예시를 이어가자면, 만약 돈이 있다고 한들 인생 어떻게 될 줄 모른다고, 언제 우리 집안이 기울지 모르기 때문에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돈이 없어 봤기 때문에 인생 살면서 돈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아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 출판사를 하면서 결핍이 많다. 자본금도 없이 시작했고, 초반에는 책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인쇄비를 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늘 주머니 상태가 궁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처음부터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머무는 책만 줄줄이 낼 수 있었다면, 그래서 내가 한 번도 적자가 나보지 않았다면 내가 출판사를 하는 일에 이렇게 열중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출판인의 삶을 만만하게 보고, 열정을 쏟아붓지 않았을 것이며 독자 한명 한명의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다. 나는 매일 책이 한 권씩 팔리지 않는 엄청난 결핍의 상황에 놓여있다. 드문드문 팔리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을뿐더러 더 성장하고 있고 책을 구매하는 한 명 한 명의 독자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기반을 다져서 더 출판사 나나용북스의 현황이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만약 출판사가 망하고 만다면, 결핍 속에서 성장과 행복이 있었기에 미련 또한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삶이 무지갯빛처럼 찬란할 수만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생의 큰 굴곡을 겪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큰 굴곡을 많이 겪어본 사람으로서 나는 작은 굴곡 정도는 넘어봐야 평소의 삶에서 감사할 줄도 알고 내가 사는 인생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인생의 굴곡이 있는 삶과 인생의 티끌 하나 없이 무탈한 삶 중에 하나 살라고 한다면 전자를 선택할 것 같다.
역시 나는 인생이 주는 행복, 슬픔, 아픔, 성장, 희망과 같은 경험들에 비중을 다르게 두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오늘 느껴지는 행복과 어제 느꼈던 슬픔에 동일한 비중을 두고 싶다. 다른 말로, 슬픔을 축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고, 행복 또한 과하게 느끼려고 하지 않고 느껴지는 그대로 마음에 담고 싶다. 우리는 힘든 감정과 경험을 잊으려는 경향이 있고 좋았던 일을 더 크게 느끼고 싶어 하지만, 결국 이 모두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라고 나는 믿는다. 슬픔이 없다면 행복도 없고, 아픔이 없다면 성장도 없는 것. 그것이 내가 인생을 살면서 터득한 큰 깨달음이다.
그래서 내가 만약 지금 침체기를 거치고 있다면, 희망을 품고 성장하려고 애쓰기를 바란다. 반대로 내가 매우 기쁜 상황에 놓여있다면, 있는 그대로 즐기기를 바란다. 그리고 안 좋았던 나날들에 비해 좋아진 상황에 충분히 감사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매 순간 인생이 내게 선물하는 모든 감정과 경험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즐기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비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