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나용 Oct 16. 2024

당신은 생명을 소중히 다루시나요?

    나는 미국 유학하던 가장 힘든 시기에 키키와 쿠파를 만났다. 키키와 쿠파는 내가 11년째 키우고 있는 반려묘이다. 


왼쪽 키키, 오른쪽 쿠파

   


    유학을 가보니, 많은 유학생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았다. 아마 외로운 마음에 반려동물은 입양하고 싶고, 그러기에는 강아지는 손이 너무 많이 가서 고양이를 많이 택했던 것 같다. 나도 외로운 마음에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유가 어떠한들 한 번 데려온 아이들은 내가 평생 책임질 생각으로 데려왔다. 반면에 많은 유학생들이 고양이를 파양하고 가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마음이 아팠다. 내게 키키, 쿠파는 20대를 함께했던 반려묘이자, 내가 힘들어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나를 붙잡아줬던 생명들이다. 너무 우울해서 삶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내가 없으면 얘네들은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열심히 돈도 벌고 아프지 않으려고 식사를 거르지 않았다. 그리고 내 화장실은 힘들어서 청소를 못 하더라도 애들은 스스로 할 수가 없으니, 키키와 쿠파의 화장실은 최대한 치우려고 노력했다. 

   9년 전, 한국으로 들어올 때 키키와 쿠파와 함께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은 달리 생각해 보지도 않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고양이까지 데려왔냐며 놀라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면 되례 내가 그들이 놀란다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 

    한국에 들어와서 5년째 되던 어느 날, 키키를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했냐는 대화를 남편과 했다. 그리고 갑자기 키키를 분양해 주셨던 당시의 40대로 보였던 백인 아저씨가 정말 고마웠다. 아마도 어린 유학생에게 키키를 입양시키는 게 걱정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분과 메일로 연락했던 것 같아 메일함을 뒤져서 그 아저씨와 나눴던 메일을 찾아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2012년도에 마지막으로 연락드렸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첨부된 메일을 보시면 기억나실 것 같아요).

2012년에 '베이비'였던 지금의 '키키'를 입양하게 해주셨었죠. 제 남편과 (당시의 제 남자 친구) 키키를 보스턴에 아파트 앞의 마트까지 데려와 주셨던 기억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한번 연락드려서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키키가 잘 살고 있다고 알려드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키키는 매우 잘 살고 있고, 건강하며, 2015년도에 이사한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어요. 키키에게는 고양이 여동생과 강아지 여동생이 있고 처음 저희에게 키키를 입양해 주셨던 날만큼이나 사랑스러워요. 

어떤 고양이로 컸는지 보실 수 있도록 사진 몇 장과 비디오를 첨부해서 보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메일을 보내드린 주된 이유는 저희에게 당시에 그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키키는 제 인생을 바꿨고, 저희는 이제 키키가 없는 인생을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키키는 말 그대로 저희 인생을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10년 늦은, 키키의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저희를 선택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모든 일이 잘 되시길 바랍니다.

나나용 올림.



그랬더니 머지않아 다음과 같은 답장이 왔다. 


이 이야기가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대박! 연락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키키의 엄마는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형제 한 마리는 저와 함께 잘 있습니다. 키키가 삶의 그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다니 참 좋습니다. 하루하루를 즐기시길 바라고, 행운을 빌게요. 코리 드림. 


 

    나는 이러한 메일을 주고받으며, 생명을 키운다는 것이 내게 주는 막대한 책임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이 막중한 만큼 그 생명이 주는 크나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주변을 보면 유기견, 유기묘가 심심찮게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곤 나의 시아버지가 우리가 아이를 입양할 것이라고 했을 때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아이는 고양이처럼 그렇게 막 데려오는 게 아니다." 

    반은 맞는 말, 반은 틀린 말인 것 같다. 아이는 강아지, 고양이처럼 데려오는 것이 맞다. 강아지, 고양이도 아이만큼이나 신중하게 데려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만큼 기르는 데 정성, 사랑, 인내, 경제적 여유, 정신적 여유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려동물, 반려 식물을 포함한 모든 반려 생물은 신중히 데려와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말 어쩔 수 없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